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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선생님 Apr 05. 2018

나는 진짜 잘났어 물론 너도 최고지

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실은 진짜 괜찮은 사람입니다. 처음 만난 사람이 어색해하면 듣지도 않을 거면서 이어폰을 꽂아 줄 수 있는 사람입니다. 평양냉면을 한 번도 안 먹어본 친구를 평양냉면의 세계로 입문시켜주기도 한답니다. 제가 돈을 내가면서까지 말이죠! 가끔은 죽도록 싫은 팀장님에게 응원의 말을 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같은 팀이니까 내가 너그럽게 봐줘야지'하는 넓은 아량으로 드링크까지 드립니다. 


저는 이렇게 괜찮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누군가 저에게 칭찬을 하면 저도 모르게 이렇게 말합니다. 


'아, 아니에요'


겸손이 미덕이라 배웠습니다만 


겸손한 게 성숙한 태도라고 배웠습니다. 드러내고 자랑하는 사람은 가벼운 사람이라고 들었던 것도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는 나에게는 겸손하고 남에게는 엄격합니다. 내가 잘한 일은 혼자 잠시 으쓱할 뿐입니다. 나의 장점은 자소서 쓸 때나 어설프게 꺼내봅니다. 내 장점이 뭔지 대체 생각할 일이 없으니, '지각을 안 한다' '소통 능력이 좋다'와 같이 안 쓰느니만 못한 말을 늘어놓습니다. 그런데 실은 모든 사람은 치명적인 장점을 적어도 하나씩은 갖고 있습니다. 


친구 A는 지각을 하더라도 기다린 친구가 기분 나쁘지 않게 센스 있게 대처하는 능글맞은 성격이 장점입니다.
친구 B는 맛있는 메뉴를 기막히게 잘 고르는 게 장점입니다. 김밥천국에서도 친구 B의 메뉴 선택 능력은 빛납니다. 같이 밥 먹는 사람들의 취향까지 고려해서 최고의 메뉴 조합을 생각해냅니다. 
친구 C는 카톡 답장이 언제나 빠릅니다. 외롭고 심심할 때 친구 C에게 카톡을 보내면, 전전남친부터 오늘 먹은 점심까지 모든 소재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작은 장점을 크게 칭찬해줍시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장점을 잘 모릅니다. 칭찬을 건내면 너무 사소한 거라며 부끄러워하기도 합니다. 무언가 발명을 하거나 위대한 어떤 걸 성취하지 않더라도 장점은 장점입니다. 작은 장점을 크게 보고 잔뜩 칭찬한다고 해서 실은 해가 될 건 전혀 없습니다. 그에 비해 얻을 수 있는 건 많습니다. 듣는 사람이 기분이 좋아진다거나 둘의 사이가 좋아지는 건 기본입니다. 


자신의 장점을 잘 아는 건 마음의 체력을 높여줍니다. 그래서 누군가 단점으로 공격했을 때, '그래도 나는 이런 장점이 있어!' 혹은 '나를 좋게 봐주는 사람도 있어!'라고 생각하며 이겨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평상시에 자신이 갖고 있는 장점을 잘 알아야 자신의 또 다른 장점을 찾는 게 쉽습니다. 그렇게 찾아낸 나의 작은 장점들이 나 자신을 정의했을 때 스스로 나름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끼게 됩니다. 


'나는 못났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잔뜩 있는 사회보다는 '나는 나름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은 사회였으면 좋겠습니다. 진짜 괜찮은 사람들은 겸손함에 고개를 숙이고 있고 별로인 사람들이 '나 정도면 괜찮지!'라고 생각하는 사회는 괜찮은 사람들에게 자꾸만 상처를 줍니다. 


그러니 고개를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위인은 아니더라도 뭐 어떤가요. 뉴스에 날만한 선행이 아니더라도 상관없습니다. 서로의 작은 장점에 크게 박수를 쳐줬으면 좋겠습니다. 


겸손은 위인이 되면 하는 걸로 합시다


그러니 이제 부끄러움은 내려놓읍시다. 겸손은 위인이 돼서 합시다. 칭찬 같지 않은 칭찬도 이제 그만합시다.  


[칭찬 같지 않은 칭찬은 이렇게 바꿔서 말해요!]

김대리 요즘 열심히 일하네? -> 김대리 요즘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 잘 하고 있어!
너 정도면 예쁘장한 편이지-> 너는 코가 최고로 예뻐!  
너는 가끔 쓸만해 -> 너 오늘 정말 잘한다!


주변 사람의 예쁜 모습을 그 자체로 예쁘게 봐주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나 자신의 예쁜 모습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아니 내가 잘난걸 어떻게 하라고 나는 그냥 그렇게 잘나게 태어난걸!'을 하루에 세 번씩 생각합시다. 그래서 누군가 칭찬을 해줬을 때 '아, 아니에요'가 아니라 '고마워!'라고 말하는 게 조금 더 당연해졌으면 좋겠습니다. 


PS. 이렇게 이미지도 없는 긴 글을 봐주신 독자님은 독해력과 끈기가 정말 좋으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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