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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선생님 Mar 26. 2018

연애를 하면 살고 싶어 진다

버티며 살고있습니다.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적당히 벌고 적게 쓰니 경제적인 어려움도 없는 편입니다. 사랑스러운 가족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꾸역꾸역 산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 행복하지도, 그렇게 불행하지도 않습니다. 실은 그런 생각 자체를 하지 않습니다. 감사할 것에는 감사하고 가지지 못한 건 적당히 갈망하며 시간을 보낼 뿐입니다.


적절한 시간이 되면 밥을 먹고 잘 시간이 되면 잠을 잡니다. 먹고 싶은 음식들과 침대에 누워 뒤척이는 순간들이 그 사이를 메꿀 때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 순간들이 제 인생에 큰 변화를 주지는 않습니다.


건조하게 살고 있습니다.


어느 순간, 금요일이 즐겁지 않습니다. 월요일이 그렇게 끔찍하지도 않습니다. 이번 주와 지난주가 이어져 있는 삶을 사니, 이 삶이 어느 순간 갑자기 끝나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월요일에도 힘차게 인사를 하는 저에게 사람들은 밝은 사람이라 말합니다. 평온한 감정상태를 유지하고 사니 화나는 일도 크게 없습니다.


'왜 연애를 안 해?'라는 질문.


이런 일상에서 가끔 마주치는 '왜 연애를 안 해?'라는 질문은 정말 어렵습니다.  연애를 하겠다는 목표가 없는 건 맞습니다. 그렇다고 안 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도 아니니 뭐라 대답해야 할지 난감합니다. 대충 '생각이 없다'라고 얼버무리고 나를 되돌아봅니다.


개똥밭에 구르는게 삶이라도


모두가 그렇듯이 이유 없이 사랑에 빠지곤 합니다. 접점 하나 없는 사람을 좋아하고, 내 취향이 영 아닌 사람에게 갑자기 후광을 보기도 합니다. 그런 사람이 나타나면 밥을 많이 먹고 많이 자고 말을 많이 합니다. 살고 싶어 집니다. 하루하루가 간절하고 내일이 있다는 것에 행복합니다. 개똥밭에 구르는 게 삶이라도 영원히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순간 연애가 끝났을 때 삶의 의욕조차 빼앗기더라도 매번 연애를 시작하면 삶에 의욕을 느낍니다.


그래서 가끔은 인생이 일직선이 아닌 점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랑과 사랑 사이를 뜀뛰기 하며 살아가는 게 인생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버티며 사는 지금이 불행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또 올 겁니다. 그때가 되면 최선을 다해 많이 먹고 많이 자고 많이 말하려 합니다. 아끼거나 재지 않고 쏟아내듯이 살아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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