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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선생님 Apr 16. 2018

시발 그만들 좀 하지

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세월호 사건이 있은지 3년이 지났다. 시내에 붙어있는 노란 리본을 별 감정 없이 바라봤다.


어느새 조금은 덤덤해졌었다. 몇 번을 본 배가 기우는 그 충격적인 영상을 봐도 마음이 조금 쓰라릴 뿐이었다. 그 3년 간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대통령이 탄핵당했지만 억울한 아이들은 여전히 돌아오지 못했다.


2014년의 나는 처음 그 영상을 봤을 때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무섭고 끔찍한 무언가를 보면 나는 눈을 감고 귀를 막아버린다. 그래서 그때도 눈을 감아버렸다. 그 이후로도 나는 계속 눈을 감고 있었다. 아이들에 대한 일말의 부채감을 피해버리고 싶어서 눈을 감아버렸다.


세월호 3주년이었던 일 년 전, 시내 여기저기에는 노란 리본이 붙었다. 길거리를 지나가던 누군가 배설하듯이 뱉은 말이었다.


'시발 그만들 좀 하지'


그 말을 듣고야 눈이 떠졌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슬프다고 해서 피하기만 해서는 안됐다. 우리가 왜 세월호를 기억해야 하는지, 왜 끊임없이 추모해야 하는지, 왜 우리 모두가 일말의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지 이야기해야만 했다. 눈을 감고 피해버린 나는 그 사람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 역시도 비겁했음을 깨달았다.


일 년이 또 지났고, 이후로도 난 가끔 그 일을 잊고 지냈다. 하지만 이제는 눈을 감고 피하지 않는다. 2018년 4월 16일 오늘, 세월호에 대해 이야기하고 주위 사람과 함께 추모한다. '그만 들 좀 하지'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비겁하다고 생각하며, 추모한다.


우리는 아직 더 추모해야 한다. 아직도 눈물을 더 흘려야 한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4년 전의 그날을 끊임없이 떠올려야 한다. 나는 아직 잊지 못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잊지 않을 테다.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정호승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별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그대를 만나러 팽목항으로 가는 길에는 아직 길이 없고
그대를 만나러 기차를 타고 가는 길에는 아직 선로가 없어도
오늘도 그대를 만나러 간다

푸른 바다의 길이 하늘의 길이 된 그날
세상의 모든 수평선이 사라지고
바다의 모든 물고기들이 통곡하고
세상의 모든 등대가 사라져도
나는 그대가 걸어가던 수평선의 아름다움이 되어
그대가 밝히던 등대의 밝은 불빛이 되어
오늘도 그대를 만나러 간다

한 배를 타고 하늘로 가는 길이 멀지 않느냐
혹시 배는 고프지 않느냐
엄마는 신발도 버리고 그 길을 따라 걷는다
아빠는 아픈 가슴에서 그리움의 면발을 뽑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짜장면을 만들어주었는데
친구들이랑 맛있게 먹긴 먹었느냐

그대는 왜 보고 싶을 때 볼 수 없는 것인지
왜 아무리 보고 싶어 해도 볼 수 없는 세계인지
그대가 없는 세상에서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잊지 말자 하면서도 잊어버리는 세상의 마음을
행여 그대가 잊을까 두렵다

팽목항의 갈매기들이 날지 못하고
팽목항의 등대마저 밤마다 꺼져가도
나는 오늘도 그대를 잊은 적 없다
봄이 가도 그대를 잊은 적 없고
별이 져도 그대를 잊은 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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