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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션 Aug 30. 2018

찰나에 집착하다

아이 사진으로 포화된 휴대폰 사진첩

아이를 곁에 두고도, 비슷하지만 미묘하게 다른 아이의 사진을 보는 게 취미가 된 지 오래다. 휴대폰 사진첩은 이미 포화되었지만 겨우 한두장 삭제할 뿐 더 이상은 정리할 자신이 없다. 지금 모습 뿐만 아니라 아이의 더 어렸을 때의 사진도 갑자기 보고싶어질 수도 있으니까_


육아가 너무 고되고 힘들다가도
사진 속 다양한 아이의 모습을 보면
이보다 더 행복한 생활이 또 없다.

아이가 커갈수록 다양한 포즈와 표정이 더해져 사진 찍는 재미가 있다. 아이 또한 태어난 그 순간부터 사진을 하도 많이 찍히다 보니 굳이 말하지 않아도 엄마가 사진을 찍는 낌새를 금방 알아차리고 어떤 행동을 할 지 이미 계획이 있는 눈치다. 심지어 여러 장 연이어 찍는 연사도 같은 사진은 없다. 물론 엄마 , 아빠 눈에 그 미묘한 차이는 더 잘 보인다. 하지만 이것으로 수많은 비스무리한 사진 중 그 한 장을 지우지 못해, 용량이 꽉찼다는 메세지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이상한 상황과, 아이를 곁에 두고도 멈춰진 찰나의 아이 모습을 보며 더 행복해하는 다소 아이러니한 상황을 다 설명할 순 없겠다.


육아를 시작하면서 사진을 찍는 빈도가 훨씬 많아졌다. 개중 출산 전 반 이상을 차지했던 셀카는 한두장 보일 뿐이다. 대부분 아이의 사진과 동영상뿐_


그런데, 묘하게 닮아있다.

사진첩 속 내 셀카와 아이 사진의 비중이 지금의 내 생활과 아주 묘하게 닮아 있다. 여러 장 찍은 사진 중에 겨우 한 장 건질까말까 하는 내 셀카와, 수많은 비슷한 사진 중에 한두장 지우는 것도 너무 어려운 아이 사진... 내 끼니는 챙기지 못해도 아이는 배불리 먹여야 하고, 내 친구는 못 만나도 아이 친구는 때마다 만나게 해주고, 내가 하고 싶은 것 보다 아이가 하고 싶은 것에 더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이 생활. 내 사진첩에도 내가 있을까말까, 내 삶에도 내가 있을까말까...



하지만 아이 사진을 보는 동안에는 온전한 내가 있긴 하다. 보이지 않아도 이 사진을 찍은 누군가는 분명 나였을테고, 사진을 찍을 때의 그 감동을 내 가슴은 온전히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 찰나에 집착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걸지도_


그 언젠가 나는,

지금의 이 생활들을 떠올리며 행복해하기도

그리워하기도 하겠지?


멈춰진 찰나의 한 순간이 아닌,

그 찰나의 연속들을...

미처 담아두지 못했던 수많은 찰나들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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