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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션 Sep 11. 2018

손 끝에 닿았던 무언가

오롯이 네 힘으로 살아갈 그 세상에서도_


“여기 중에서 누구 나이가 제일 많아요?”

“나이는... 엄마가 제일 많지.”

“아빠가 아니고요?”


덩치가 큰 사람이 당연히 나이가 더 많을거라 생각했나보다. 아빠보다 엄마가 나이가 많다는 것에 적잖이 놀랐던 서우는 종종 자기가 나이를 먹으면 무엇 무엇을 더 할 수 있는지 무척 궁금해 했다.


고등학생 시절 교환일기를 쓰며 우정을 다졌던 한 친구와 사회초년생 시절 온라인 공간에서도 교환일기를 써 보자며 호기롭게 카페 하나를 만들었었다. 글도 제법 많이 쓰고... 둘만의 공간이지만 댓글과 좋아요는 꽤 성실하게 임했다. 십여년 전에도 ‘좋아요’와 ‘댓글’은 관심과 친분의 척도였으리라.


글들의 대부분은 ‘힘들다’로 시작해서 ‘화이팅’으로 끝났다.


공교롭게도 그 친구와 나는 의류 브랜드 VMD일을 하고 있어서 다른 회사에 다녀도 통하는 게 참 많았다. (VMD: Visual merchandising, 브랜드 혹은 특정상품의 콘셉트에 맞추어 공간을 기획하고 연출을 주도하는 직종) 그당시 신입 VMD가 할 수 있는 일의 8할 정도는 몸으로 떼우는 일이 대부분 이었다. 회사마다 역할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관리하는 매장이 많은 브랜드면 어김없이 ‘라운딩’ 과 ‘까대기’는, 아직 할 줄 아는 것이 별로 없는 신입의 몫이었다. 그 친구와 나도 그랬다. 우리가 선배들처럼 모든 일에 능숙한 단계(!)가 되면 수월할 것 같았다. 적어도 이렇게까지 힘들 거 같지 않았다. 빨리 시간이 흘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40평 매장에 못이란 못은
내가 다 박고 다녔다니까!

어느덧 경력이 10년 가까이 되니 새까만 후배들 앞에서 나름의 무용담처럼, 못 박은 이야기, 사다리 탄 이야기 등 신입 때 그토록 힘들어했고 벗어나려했던 그 일들을 웃으며 말하게 되었다. 가끔은 몸을 쓰던(!) 그때가 속편하고 더 좋았던 게 아니었나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_


어렵게 손 끝에 겨우 닿았던 무언가를 손만 뻗어 쉽게 잡을 수 있게 된다면... 누렸으면 해. 간절했던 그 마음이 다른 것으로 바뀌어 전과 달라도 그 무언가로 인해 여전히 행복했으면 좋겠어.

그 무언가는, 그 무언가가 맞을 테니까_


이상, 우리 집에서 나이가 제일 많은 엄마가 씀.






인스타그램에서도 만나요 :-)

www.instagram.com/moon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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