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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뜰 Jan 21. 2020

꼭 해야겠니?

3. 신고 결심하기


 "꼭 네가 해야겠니?"

  돌이켜보면 살면서 잊을만할 때쯤 한 번씩 이 말을 들었다. 꼭 네가 나서야 하느냐는 말, 어차피 계란으로 바위 치기인데 좋은 게 좋다고 넘어가라는 말. 그런 말들이 내 입을 틀어막을 때마다 나는 생각했다.

 '그럼 누가 해? 그냥 넘어가면 누구한테 좋다는 거지?'


  운이 좋게도, 나는 살면서 아쉬웠던 적이 별로 없었다. 아르바이트에서 잘려도, 일자리를 당장 구하지 않아도 생계에 지장이 생기지는 않았다. 이렇게 아쉬울 것이 없는 내가 말하지 않으면, 과연 누가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아쉬운 게 있는 사람은 약자가 될 수밖에 없다.

  나 역시 당장 생계가 걸린 문제라면 이런 문제쯤은 사소하게 넘겨야 할 것이었다. 전적으로 이 면접에 생계가 걸리지 않은 나만해도 '내일 면접 결과를 알려준다고 했는데, 합격이 되면 그냥 넘어가야 할까?' 싶었다. 합격을 하더라도 성차별적 질문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불합격 한 다음 신고를 한다면, 결과에 불만을 품고 문제를 삼는다는 시선을 받을까 두려웠다.


  생각이 이쯤 미치니 면접에서 겪은 일들이 모두 다 없었던 일이었으면 싶었다.

  누구보다 그 일을 없었던 일처럼 지우고 싶었던 건 꼭 네가 나서야겠냐는 엄마도, 참으라던 사람들도 아니고

  나였다.


  나를 걱정해서, 내가 더 다치지 않기를 바랐기에 그런 말을 했을 그들을 안다.

  그래서 그러려고 해 봤다. 다른 일을 찾고, 그냥 운이 나빴다고 생각하고, 이 모든 게 내 탓이 아니라고 되뇌었다. 하지만 그런 일을 겪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는, 아무렇지 않게 살아갈 수가 없었다.


  그래, 나 안 참는다.

 

  일자리를 알선해준 여성 새일센터부터 고용노동부, 해당 기업의 본사 인사팀 등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 동원해 문제제기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할지라도, 그조차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테니까.


  평소 내가 믿고 의지하는 남편, 그리고 동료들에게 내 결심을 알렸다. 그들의 격려와 응원이 한 걸음을 내딛는 데 큰 힘이 됐다.


너를 응원해! 네가 하고 싶은 데까지 다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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