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은 어제와 닮아 있었다.
새로 적으려는 순간,
이미 남겨진 글씨가 겹쳐 나타났다.
덮어쓴 잉크는 짙어지지 않고,
오히려 번져 모양을 잃는다.
아이의 하루도 비슷했다.
한 걸음을 내디뎌도,
땅은 자국을 오래 붙잡아주지 않았다.
바람이 불면 흩어지고,
비가 내리면 풀어졌다.
남은 흔적은 있지만,
누구도 그 위를 따라 걷지 않았다.
아이의 이름은 기록 속에서 점점 낯설어졌다.
처음엔 부를 수 있는 소리였으나,
곧 해독되지 않는 부호처럼 변해갔다.
사람들은 알 수 없는 기호를 오래 읽지 않는다.
그럼에도 아이는 종이 위에 몸을 기울였다.
새로운 문장이 시작되길 바라며,
끝나지 않는 같은 줄을 따라가며,
스스로의 잔향에 귀를 기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