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늘 모순적인 얼굴을 하고 있었다.
손에 들어오면 더 크게 불어나길 바라지만,
막상 떠나갈 때는 아깝다며 붙잡고 싶어진다.
가진 게 적으니 아껴야 한다는 현실이 답답하고,
쓰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이 서글프다.
어쩌면 돈은 지폐가 아니라,
삶의 그림자를 가려주는 커다란 장막인지도 모른다.
그것이 충분히 드리워질 때는 안전하다고 느끼지만,
조금만 걷히면 세상은 곧장 차갑게 드러난다.
어떤 순간엔 사람의 얼굴마저도
돈으로 바뀌는 것처럼 보인다.
돈의 흐름은 결코 일정하지 않다.
누구에게는 거대한 파도처럼 몰려와
삶을 단숨에 삼켜버리고,
또 누구에게는 잔물결처럼
느리게 번져와 잡힐 듯 말 듯 사라진다.
그 차이를 바라보고 있자면
세상은 불공정한 리듬으로만
가득 차 있는 듯하다.
그리고 돈은 관계마저도 흔들어 놓는다.
돈이 한 번 스며든 관계는 쉽게 투명해지지 않는다.
그러나 돈의 그림자가 비치지 않는 만남은
의외로 가장 단순하고, 가장 편안하다.
돈이 없을 때는 나 자신이 희미해지고,
손에 쥐었을 때 비로소 숨이 트인다.
돈은 나를 비추는 빛이자
세상을 피하게 해주는 방패처럼 작동한다.
그래서 그 흐름에 휩쓸려,
이내 길을 잃는다.
그러나 안다.
빠르게 흘러드는 것은
오래 머물지 못한다는 것을.
느리게 다져진 길만이
결국 삶을 지탱한다는 것을.
욕심을 내려놓고,
느리지만 단단한 길을 걸을 때
그것은 내게로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