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표 위에 놓인 쉼표처럼
삶은 흔히 흐름으로 설명된다.
흘러가야 하고, 나아가야 하고,
멈추면 곧 뒤처진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지금 멈춰 있다.
방향을 잃었고 생각을 비우려 애쓰며
스스로를 정지시켜 놓았다.
그 멈춤 속에서 나는 묻는다. 멈춰 있어도 될까?
멈춤은 때로 두려움의 다른 이름이다.
세상이 달려가는 속도에 맞추지 못한다는 불안,
남은 시간들을 낭비하는 건 아닌가 하는
조급함이 밀려온다.
그러나 동시에 멈춤은 필연이기도 하다.
인간은 끊임없이 달릴 수 없고, 언
젠가 반드시 서게 마련이다.
멈춤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결국 삶을 대하는 방식의 한 단면일 것이다.
나는 깨닫는다.
멈춤은 단지 정지가 아니다.
그것은 쉼표이기도 하고,
전환의 문턱이기도 하다.
과거에도 멈춤은
늘 새로운 세상을 데려왔고,
다른 길을 열어 주었다.
그러므로 멈춤은 공허한 시간이 아니라,
아직 보이지 않는 변화를
준비하는 간격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다시 스스로에게 묻는다.
멈춰 있어도 될까요?
아마 이 질문은 세상에 던지는 것이 아니라,
나의 내면을 향한 고백일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멈춤이 곧 또 다른 시작이었음을
증명해 줄 답을,
나는 다시 길 위에서 만나게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