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쓰는 시詩

85%의 속도로

by 수연

주인

스크린 도어 창유리로 휙휙, 밀려가고 밀려오는 속도를 바라본다. 제멋대로 일그러져 있던 고무줄이 탁 튕겨나가듯, 오색 낙서가 도화지로 슥 되돌아가듯, 혹은 심박측정기의 불안하게 꿈틀대던 선이 무너져 띠 펴지듯 팽팽하고 하얀 평행선으로 그어진다. 멈춘 듯 흐르는 수평선처럼

아니, 깨지는 소리를 내며 이어지는 심정지선같이 달린다

쾌속으로

출발하는 순간이 좋았다. 이제까지의 나를 뒤로 가볍게 튀어나가 새로워지는 속도감을 나는 사랑했다.

이 속도에 눈 맞추면 덩어리지고 익숙한 형태의 나는

오로지 이동, 그 자체가 되어 굴러간다.


민들레 씨앗 같은 먼지가 굴러간다.

그래, 별은 먼지에서 탄생했어


오늘, 내가 쥔 공은 그런 의미다.

나는 주인 공

공은,

주인을 변증법적으로 변화시켜

종의 주인이 아니라

종과 주인으로 가르는 모든 차별로부터 자유로워진

나를 창조한다.

주인 공은 그러므로 하나이며 여럿이다.

나와 만나는 모든 네가 주인 공이다

동시에 너와 만나는 모든 내가 주인 공이다


우주는 공의 마법으로 출현했다.

향기롭게 날리는 4월의 옅은 분홍빛에 네 바람이 읽힌다

낙화한 목련의 슬픈 가장자리에 대하여 더는 찡그리지 말자

그래도 여전히 따듯한 것이 흐르지만

경칩이 지난 얼음은 녹기 마련

모든 살아있는 것은 흐른다

흐르고 이동한다

하여 새로운 주인 공이 탄생하고

오늘의 출발이 시작된다

우주를 팽창시키는 건

우주의 85퍼센트를 차지하나 아무도 모른다는 암흑물질과

기억으로부터 비롯되지 않은 첫 생각,

그리고 이제까지의 나를 뒤로 가볍게 달려 나가는 일

공을 굴려 골대로 향하는 아이처럼

신나게 슛,

공의 주인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