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패션
글로벌 프로젝트 촬영장.
마침내
스포트 라이트 아래
모습을 드러낸 윤시우.
그리고 그를 뺑 둘러싸고 있는
업계에서 왕재수로 정평이 난
소위 윤시우 사단들.
여기서 잠깐 짚고 넘어가자면
연예인 사단이라고 해서, 다 재수 없는 건 아니다.
그것은 되려 편협한 시각이다.
놀라우리만큼 젠틀하고 훌륭한 연예인 사단도 넘쳐난다.
하지만 늘 그렇고, 어디나 그렇듯
개념 없는 소수가 전체 물을 흐리는 법이다.
정확히 딱 그 케이스인 윤시우 사단을 바라보던
조영한이 말한다.
"저저저, 윤시우들 봐라.
윤시우 스케줄 관리하고
윤시우 옷 골라주고
윤시우랑 촬영 다니고
윤시우랑 같은 차 타고
윤시우랑 밥 먹으면
지들이, 윤시우라도 되는 줄 안다니까."
"자~슛 들어갑니다. 시우 씨 늘 하던 대로 편하게~"
윤시우 사단의 최최최측근,
차감독이 말랑말랑하게 외친다.
"알겠습니다. 감독님."
윤시우가 카랑카랑하게 답한다.
"아! 잠깐만요! "
카메라를 보다가, 급히 윤시우 쪽으로 다가가는 감독
귀 옆으로 뻗힌 몇 올의 머리칼을 조심스레 만져준다음,
조명과 카메라를 가리키며 뭔가를 설명한다.
그리곤, 조영한의 말마따나 자신이 윤시우인 양
이런저런 포즈를 취한다.
자세를 반대 방향으로 틀어 달라고
한마디만 하면 될 것을
온몸을 바쳐 설명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흔쾌히, 반대방향 포즈를 취하는 윤시우.
차감독은 뭐 대단한 것이라도 목격한 듯
브라보! 를 시작으로
세상 모든 감탄사를 윤시우에게 헌정한다.
이 코미디 같은 상황에
양쪽 콧구멍에서 힘찬 콧방귀를 내뿜는 허팀장,
라유나에게 다가가 속닥거린다.
"CD님, 대행사는 지금부터 투명인간 모드인 거죠?"
허팀장 말에 피식 웃는 라유나,
송출 모니터로 배우의 워밍업을 냉철하게 체크한다.
이때 갑자기, 라유나의 눈에 뭔가 기이한 형체가 보인다.
'안돼!!!!
지금은 촬영 중이라고!'
눈을 꾹 감았다가 떠본다.
하지만 모니터 안은 벌써 일그러져 간다.
물속에 똑! 하고 떨어진 잉크 방울처럼
걷잡을 수 없이 순식간에 왜곡되어 퍼지는
이 망할 놈의 이인증.
송출 모니터 속,
윤시우는 이미 윤시우가 아니다.
검은 회흑빛으로 매끈해진 그의 이마 속,
뾰족하고 큼지막한 뭔가가 솟아 나오려 하고 있다.
툭! 툭! 툭!
이마 안쪽에서 문을 두드리는 듯한
둔탁하고 기괴한 소리.
촤-악!
마침내 살갗이 벌어지고
무수한 근조직들이 찢어발겨지는 가운데
그 틈을 비집고 굵은 뼛조각 같은 것이
서서히 튀어나오고 있다.
그것은 거대하게 벌어진 두 개의 뿔.
무리를 거느리는 자에게만 허락된 왕관이자
동시에 누구든 찍어 누를 수 있는
포식자의 창끝 같기도 하다.
마치 장식을 가식한 무기이며
위엄 속에 감춰둔 위협이랄까.
그리고 바로 그 옆
또 하나의 존재.
얼굴 전체가 허연 막으로 덮이더니
속살 아래서부터 날 선 깃털들이 살가죽을 뚫고 솟아난다.
눈의 흰자는 크게 벌어지는 가운데
눈매는 길고 표독스럽게 찢어진다.
눈두덩 위엔 무수한 핏줄이 비치고
그 사이로 동그랗고 까만 눈동자가 기괴하게 떠오른다.
콧등은 딴딴하고 길게 뻗어나가
인중과 입술마저 거침없이 밀쳐내고
두상 중심에 자리를 잡더니, 묘한 주홍빛으로 물든다.
부리 형태의 그 끝은 거뭇하고 날카롭게 닳아있어
찌르고, 잡아채고, 갉아낸
그 간의 행위를 노골적으로 증명한다.
턱을 당길 때, 눈을 좁힐 때,
흰색 눈두덩 위의 검은 눈동자안에선
뭔가가 끝없이 계산되고 있는 듯하다.
공생관계
또는
협작관계
버펄로와 백로다.
한쪽이, 어딘가 불편함을 내색하면
다른 한쪽은, 그 즉시 문제를 찾아 잽싸게 떼어낸다.
백로가 움직였다는 건, 버펄로가 허락했다는 뜻이고
버펄로가 움직인다는 건, 백로가 문제를 해결했단 신호다.
며칠 전 맹은하에 이어, 이렇게 빠른 텀으로
게다가 이번엔 하나도 아닌 둘.
시각부터 청각, 후각, 미각, 촉각까지
라유나의 모든 감각의 대문이 또다시 무방비로 열렸다.
마치 난폭한 침입자들이 일제히 쳐들어와
눈을 찌르고, 고막을 찢고, 혀를 깨물고
살갗을 마구 후벼 파는 느낌.
몸 안에서 증폭되고 뒤틀리며 포화된 감각이
이제, 주인의 몸을 역공하기 시작한다.
이전보다 더 폭주하는 감각 체계에
촬영장 밖으로 황급히 자신을 은둔시키는 라유나.
아무도 없는 곳까지 내달려가, 바닥에 철썩 주저앉은 채로
마치 악어 아가리를 열어젖히 듯
몸 안의 모든 힘을 끌어모아 가방 지퍼를 겨우 연다.
땀에 젖어 부들부들 떨리는 손이, 간신히 약봉투에 닿는다
마지막 지푸라기를 붙잡듯
손끝이 봉투 모서리를 잡고 간신히 끌어낸다.
그리고 마침내, 가방 밖으로
그 구원과도 같은 존재를 꺼내려던 찰나,
돌연 손이 멈춘다.
28개의 이빨이 으깨질 정도로 이를 악물고
손등 뼈가 살갗을 뚫고 튀어나올 만큼 주먹을 꽉쥔 채
라유나는
곧 죽을 것처럼 괴로워하는 자신을
잔인하게 설득한다.
'한 번만... 한 번만 더 참자'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터질 듯 팽팽하던 감각이 어느덧
바람 빠진 풍선처럼 사그라들자
이내 자신의 손을 펴는 라유나.
얼마나 꽉 쥐었는지
자신의 손톱에 파이고 할퀸 자신의 손바닥을
기운없이 내려다본다.
주변에 부유하는 공기를 모조리 끌어다 마셔
폐안으로 한 줌의 용기를 불어넣는 라유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리고 아무 일 없어야만 한다는 듯,
촬영장이라는 전장을 향해 두 발을 성큼 내딛는다.
차갑고 묵직한 촬영장의 알루미늄 문을 열자,
그 곳엔 뜻하지 않은 리더의 부재를
아무 계산 없이 메꿔준
'사람'의 얼굴들이 있었다.
야생의 맹수들에게
늘 홀로 내던져 찢기고 할퀴어도
얼마든지 치유해주는 존재들이
라유나에겐 있다.
버펄로 백로와의 촬영은, 초반 우려와는 달리
아프리카 초원처럼 평화롭게 진행되었고 마무리되었다.
조영한, 김이나, 이수호, 한영서.
프로젝트마다 자신의 모든 걸 쏟아붓는
그들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라유나는 생각했다.
이번 생의 난
너희들과 공생할 수 있어
더없이 행복하다고
그리고
지금껏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윤시우 #얼굴깡패 #비율깡패 #영화 데뷔_발연기
#신은 공평 #뭘 믿고 할리우드 진출모색
#윤시우_스테파니 발리목격담 #소속사_ 음소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