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업데이트를 한다.
부지런한 지구가 이 게으른 거주민을 싣고 또 한 구간 우주를 지나는 동안 먼지톨 같던 씨앗 안에 숨어있었던 초록의 우주는 있는 힘껏 터져 나와 어느새 흐드러지게 개박하 꽃송이들을 피워냈다.
나의 시간은 조그만 화분, 개박하 영토 속으로 시나브로 녹아들어 어느덧 나는 떨어지는 꽃잎조차 애틋해졌다.
첫 싹을 틔울 때까지 기다림, 여린 줄기에 조금씩 초록이 짙어질 때마다 느꼈던 기특함, 물조리개를 기울이는 순간순간 속삭였던 기도 같은 언어들, 첫 꽃망울을 발견한 기쁨의 아침. 그 모든 순간들을 하얗고 조그마한 손으로 모은 것 같은 하얗고 조그만 꽃의 무리. 처음으로 만난 개박하의 꽃.
마음 한편에 아련한 통증을 느끼며 개박하의 꽃줄기 하나를 꺾어 내 늙은 아이에게 살며시 내밀어 본다.
내 늙은 고양이를 사랑해서, 사랑하게 되는 것들이 더 많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