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서평

일본 대표 지성의 모든 것,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

다치바나 다카시 / 문학동네

by Moony

그 동안 내가 읽은 책들을 쌓아올린다면 얼마나 높이 올라갈 수 있을까. 여기 그 물음에 직접 책을 "쌓아올린" 사람이 있다. 일본의 대표 지성이라 일컬어지는 다치바나 다카시다.

image_7970790821487233106794.jpg?type=w773


엄청난 독서가이자 애서가인 그는 다 읽은 책을 버리거나 파는 사람이 아니라 모으고 정리하는 사람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 책들을 어떻게 정리할까 고심하기 시작했고 결국 현재의 자신을 있게 한 그의 모든 책들을 하나의 공간 안에 쌓아 올린다. 그것이 바로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 고양이 빌딩이다.

고앙이 빌딩에 대한 얘기는 이전에도 들어본 적이 있다. 검은 바탕에 고양이의 커다란 얼굴이 그려진 빌딩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가보고 싶어할 만한 곳이라 생각했다. 이 책은 그 빌딩 안의 수많은 책들을 통해 다치바나 다카시, 그의 지식과 추억을 독자들과 함께 공유해 나간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서재의 주인 다치바나 다카시가 자신의 서재를 한 칸, 한 칸 설명하며 나아간다. 꼭 고양이 빌딩을 직접 찾아가 그의 설명과 함께 한 층, 한 층 둘러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책이다.

서가를 보면 자신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가 보인다. 그 책의 책등을 보기만 해도 내가 그 책을 사서 읽었던 시기의 추억이 잇따라 되살아 난다. 그 무렵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에 고뇌했으며 또 무엇을 기뻐했던가, 책과 함께 그런 추억들이 되살아온다.

자신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알기 위해 서가를 보라는 그의 말에 나 또한 읽던 책을 잠시 내려놓고 나의 서가를 둘러본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들이 한 칸, 직업에 대한 고민으로 수없이 많은 밤을 지새우게한 책들이 한 칸, 그리고 종교서와 전공서적들이 또 한 칸을 차지하고 있다. 한 칸, 한 칸 나의 책장을 둘러보며 대학생 때의 나와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의 나, 그리고 지금의 나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나는 이 책들을 통해 여기까지 왔구나, 나를 성장시킨 것이 이 작은 책장 안에 모두 있구나'를 느끼며 다치바나 다카시, 그의 서재에 다시 눈을 돌린다.

<다치바나 다카시, 그를 이루는 것들.>

image_4636265251487233142865.jpg?type=w773


이 책의 처음은 비교적 변화가 적은, 1층 안쪽에서부터 시작된다. 죽음에 대한 책들이 정리되어 있는 이 곳은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다치바나 다카시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안락사,존엄사 그리고 약학 등의 의학관련 서적까지 다양하고 전문적인 책들을 만날 수 있다. 그 밖에도 인간의 심리학, 인간과 로봇에 관한 책들, 그리고 핵발전 연구에 대한 책들이 고양이 빌딩의 1층을 채우고 있다. 죽음에서 시작된 주제가 인간의 심리와 삶을 넘어 로봇과 기술에 대한 연구까지 이어지는 것을 보며 인간의 발전과정을 지켜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고양이 빌딩의 2층으로 올라가면 사무공간과 함께 언어와 역사, 신학과 그리스도교에 관한 책들을 만나볼 수 있고, 3층에는 문명과 문화, 철학과 과학 관련 책들이 정리되어 있다. 옥상에는 콜린 윌슨의 작품들과 다치바나 다카시가 쓴 글 등을 만나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계단과 산초메 서고, 릿교 대학의 연구실 등 그를 이루는 20만권의 책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이 책은 어떤 내용인지, 어떻게 읽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책에 담긴 추억은 무엇인지를 설명해주는 다치바나 다카시를 보며 그의 지적인 호기심이 얼마나 대단한지, 그리고 그것을 이해하고 다른 주제로 확장시키는 그의 모습에서 그가 일본의 대표 지성이라 불리우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image_8402266021487233164829.jpg?type=w773
image_2165760891487233170961.jpg?type=w773


다치바나 다카시를 따라 그의 서재를 둘러보면 인간의 정체성 위에 역사와 종교가 쌓여지고 그 위에 기술과 철학, 그리고 마지막으로 추억이 쌓아올려진 듯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마치 다치바나 다카시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그의 안으로 직접 들어가 둘러본 듯하다.


"고양이 빌딩의 서가는 늘 책이 들락날락합니다. 제가 하는 작업에 따라 그때그때 책의 장소도 변하죠. 서가의 배치상태가 제 작업의 궤적을 드러내준다고도 할 수 있겠지요"

그의 서재는 축적되는 것만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움직이고 이동하는 하나의 생명체 같다. 아니 어쩌면 다치바나 다카시, 그 자체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통해 직접 그를 만난 듯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나를 이루는 것은 무엇인지를, 그리고 그것들을 통해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나의 책장을 채울 수 많은 책들을 통해 지금보다 더 나은 내가 되길 바래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나를 채우는 비움, 오늘도 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