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서평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ony Mar 09. 2017

나를 위한 작은 선물, 수고했으니까 오늘도 야식

이시야마 아즈사 / 북폴리오

유독 일이 많고 바빴던 하루.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는 날이 있다. 하루 종일 정신없이 뛰어다니느라 지칠 대로 지친 몸을 이끌고 늦은 밤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오면 오늘도 수고한 나에게 작은 선물이라도 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런 날 냉장고에 있는 음식들을 꺼내어 어디에도 나와있지 않은 나만의 레시피대로 만들어 먹는 야식은 지친 나의 몸은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묘한 힘이 있었다. 
            

짧고도 긴 혼자만의 밤을 달래주는 것, 그것이 야식입니다.


이 책은 낮에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에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가 자신을 위해 만들어 먹었던 야식과 음식들에 관한 추억을 담은 한편의 에세이다. 고로케와 죽, 우동 등 한 끼의 식사로 부족하지 않은 음식부터 매실장아찌와 가지 피자, 도시락 같은 간단한 반찬, 그리고 호박 잼과 젤리 같은 달달한 음식까지 우리 집에 있는 재료를 가지고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예쁜 그림들과 함께 우리를 야식의 세계로 초대한다. 더불어 가족들과 운동회 날 먹었던 도시락과 가끔씩 찾아오는 라멘 트럭에 관한 추억까지 야식에 대한 그녀의 소소하지만 따뜻한 추억들이 듬뿍 담겨있는 책이다.



이 책의 표지는 음식을 보며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는 작가의 모습과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도는 음식들로 채워져 있다. 띠지를 벗겨보면 모락모락 김이 나는 우동이 상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다. 



이 책은 생각보다 얇다. 보는 방향도 우리나라 책과 반대라 침대에 누워 책을 읽고 있으니 고등학교 때 자주 읽었던 일본 만화책을 읽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책도 얇고 만화로 되어 있다 보니 책을 읽기 위해 북마크를 준비할 필요도 없고 시간을 따로 낼 필요도 없다. 편안하게 침대에 누워 얇은 책을 펼치며 오늘은 뭘 먹을까를 상상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쉽고 즐거운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이 책의 매력은 소소한 일상 이야기들과 함께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음식 그림들이다. 일러스트레이터인 작가의 매력이 돋보이는 그림들은  따뜻한 색감에 사실적인 묘사가 눈에 띄는 그림들이다. 개인적으로 부드럽고 색연필로 칠한듯한 느낌을 좋아하는데 이 책의 그림들은 음식의 온도와 따뜻한 집안 분위기까지 그대로 전해주는 듯하다.


이 책에 나오는 음식들은 대개 만들기 쉬운 음식들이다. 직접 작가가 만들어 먹었던 음식들이기 때문에 거창한 도구나 비싼 재료가 필요치 않다. 고로케를 사온 날은 식빵과 함께 구워 그 위에 양상추와 소스를 얹어 샌드위치를 해 먹을 수도 있고, 피자가 먹고 싶지만 빵이 없는 날에는 집에 남은 가지 위에 피자소스와 치즈를 얹어 가지피자를 해 먹을 수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음식 중에서도 내가 가장 먹고싶었던 음식은 '날계란을 올린 우동'이다.
물을 끓이는 것도 귀찮은 늦은 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그녀가 꺼내든 요리다. 우선 우동면을 물에 적신 후 랩을 씌워 전자레인지에 5분간 돌린다. 그 후 다 익은 면에 맛국물 조금과 참깨,파,후리카케를 넣고 마지막으로 날계란을 하나 넣으면 완성!!
그림이 아니라 실제 음식을 마주한 것처럼, 갓 만들어낸 우동의 따뜻함까지 그대로 전해지는 듯한 그림은 나도모르게 군침이 돌게 한다. 

밤에는 특별한 맛이 나는구나.

그 전날 먹었던 야식을 낮에 먹는다고 그 전날 먹었던 그 맛이 되살아나진 않는다. 낮에 먹는 음식과는 다르게 밤에는 음식에서 조금 특별한 맛이 나나보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렇게 다이어트 걱정을 하면서도 야식을 끊지 못하는게 아닐까 싶다. 오늘도 수고했다며 나에게 주는 이 작은 선물이 또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먹어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나에게 그동안 수고했다며 작은 우동 한그릇 선물해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름다운 상상력, 할머니의 여름휴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