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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y Mar 16. 2017

나이 든 부모를 사랑할 수 있습니까

기시미 이치로 / 인플루엔셜

나이 든 부모를 사랑할 수 있습니까?
누군가 당신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면 당신은 어떤 대답을 할 것인가. 당연히 YES 라고 말할 수 있을까.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고 '당연히 사랑할 수 있는거 아닌가' 라고 생각했다. 나이를 들어도 똑같은 부모님인데 사랑하는 것이 어려울 게 있나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니 나이가 든 부모님은 어쩌면 지금과 다른, 내가 처음 보는 부모님의 모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더이상 내가 알던 부모님이 아닌,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고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그 분을 여전히 똑같이 사랑할 수 있겠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기시미 이치로의 대답이다.             

이 책은 출판사를 통해 출간 전 가제본 형태로 읽을 수 있었다.
'미움받을 용기'로 유명한 기시미 이치로 작가의 신작이다. '미움받을 용기' 통해 행복과 교육에 대한 아들러 심리학에 매료되어 기시미 이치로 작가의 책이라면 내용에 상관없이 손이 가곤 한다.
그 전에 읽었던 기시미 이치로 작가의 '엄마가 믿는 만큼 크는 아이'라는 책이  부모에게 보내는 편지라면 이번 '나이 든 부모를 사랑할 수 있습니까' 모든 자녀들에게 보내는 편지이다.


부모님이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을 때, 아니 나를 알아보지 못할 때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기시미 이치로의 자전적인 에세이다. 이 책은 마흔아홉살에 뇌경색 진단을 받고 젊은 나이에 돌아가신 어머니와  만년에 알츠하이머를 앓으셨던 아버지를 간병하며 작가가 느낀 '사랑'과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머니를 준비없이 떠나보낸 후 작가는 어머니가 좀 더 건강하셨을때 더 많은걸 같이했어야 했다고 후회한다. 나 또한 그와 똑같은 후회를 하지 않도록 지금부터 할 수 있는 것을 '함께' 해나가야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 책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오랫동안 알츠하이머를 앓으신 부친을 간병하며 써내려간 일기같은 책인데, 아픈 가족을 간병했던 사람이라면 이 책에 더 큰 공감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나이 들어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들고, 기억까지 조금씩 희미해져가는 부모님을 옆에서 지켜보는 자식은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까.


자기 자신의 노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부모님이 간병을 필요해질 만큼 쇠약해졌을 때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겁니다. (중략)
부모님 스스로가 당신의 가치를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 부모님이 가족에게 기여하는 일에 주목합시다. 부모님은 무언가 굳이 하지 않아도 자신들이 가족들에게 힘이 되는 존재라는 사실에 자존감을 가지게 됩니다.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생산성'에 가치를 두지 말고 어떤 상태로든 살아있다는 것,  '존재' 자체에 가치를 둬야 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리고 부모님의 노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자신의 노화부터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도 한다. 그리고 부모님이 노화가 든 자신의 모습도 가치있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옆에서 그 분이 가족들에게 기여하는 일에 주목하라고 이야기한다.


아버지의 간병을 하던 때, 저는 간호사들에게 아버지의 젊은 시절 사진을 보여주었습니다. 아버지가 현재 어떤 상황에 처했든 지금까지 살아온 긴 인생이 있음을 그들이 알아주길 바랐기 때문입니다.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아버지의 젊은 시절 사진을 보여주며 환자로서가 아닌 아프기 이전의 아버지의 삶도 알아주길 바란다는 작가의 말에 가슴이 뭉클했다. 지금은 쇠약해져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하지만 지난 세월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아버지였음을 이야기하는 작가의 모습이 지나간 아버지의 인생에 대한 존경을 이야기하는 듯 하였다. 노화의 과정도, 나이가 들어 쇠약해지는 지금의 모습도 그의 인생의 전부가 아닌, 단지 일부분임을 이야기한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는 것, '존경하다'라는 말에 담긴 의미입니다.


또한 부모님의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지금'부터 관계를 맺어가라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예전에 모든 할 수 있었던 이상적인 부모님의 모습을 지우고 인간 대 인간으로 부모님을 마주보고 현재를 충실히, 행복하게 살아가라고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으며 수많은 곳에 표시를 했다. 기억하고 싶은 문장, 마음에 담을 내용, 좋은 표현들까지 줄을 긋다보니 어느새 노란 형관펜으로 책 이곳 저곳이 표시되어 있다.
그만큼 가슴에 와닿는 문장들이 많았고, 그의 생활에 실제로 적용되고 있는 아들러 심리학을 엿볼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았다.


당신은 여전히 '나이 든 부모를 사랑할 수 있습니까' 라는 질문에 자신있게 YES라고 답할 수 있는가?

부모님의 나이 든 모습을 받아들이고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일은 어쩌면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여기'  있는 부모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때서야 비로소 자신있게 '사랑할 수 있다'고 대답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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