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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y Aug 21. 2017

사랑하고 사랑받기를, 4월이 되면 그녀는

가와무라 겐키 / 알에이치코리아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의 가와무라 겐키의 신작이자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추천한 작품이라 읽기 전부터 기대되는 소설이었다. 다 읽고 나서의 느낌은 역시 예상했던 만큼의 로맨스 소설이랄까. 파스텔톤의 첫사랑의 추억과 더 이상 사랑이라 확신할 수 없는 그녀와의 결혼을 준비하는, 그의 봄에서 겨울, 그리고 다시 봄까지의 이야기.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 지금 여기로 밀려드는 파도 같은 그 감정은 입에 담는 순간부터 막연한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된다. 
상대의 반응에 마음이 흔들린다. 
슬픈 결말을 피하고 싶기에 마음은 너무 혼란스럽다. 
괴롭다. 고통스럽다. 그런데도 인간은 사랑을 한다. 왜 그럴까. 
(...) 왜 인간은 사랑을 하는 걸까


결혼을 앞둔 후지시로에게 9년 전 대학교 때 첫사랑이었던 하루에게서 편지가 온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편지로 인해 첫사랑에 대한 기억이 되살아나는 후지시로. 그와 함께 지금 그의 옆에 있는 오래된 연인 야요이와의 관계를 되돌아보게 된다. 이 책은 과거의 사랑과 현재의 사랑을 넘나들며 '인간은 왜 사랑을 하는 걸까'라는 물음을 던지는 생각보다 가볍지 않은 로맨스 소설이다. 

사랑은 감기와 비슷하다. 후지시로는 사랑할 때마다 생각했다. 그것은 어느새 시작되어 있다. 감기 바이러스가 자기도 모르는 새에 몸속으로 침투해서 알아챘을 때는 이미 열이 나듯이. 그러나 하루와는 달랐다. 그녀와 사랑에 빠진 순간을 후지시로는 또렷하게 기억한다. 그토록 마음이 흔들린 순간은 앞으로 아무리 오래 살아도 두 번 다시없을 것 같았다.


첫사랑의 기억으로 남아있는 하루와의 사랑은 결국 헤어짐으로 끝이 났지만 풋풋하고 순수하고 밝게 빛나는 추억으로 남아있다. 반면 야요이와의 사랑은 처음의 만남부터 결혼을 앞둔 지금까지 하루와의 추억보다는 조금 무거운 느낌이 든다. 결혼을 준비하지만 야요이와의 지금의 감정이 사랑인지 확신하지 못하고 흔들리는 후지시로에게 갑작스럽게 날아온 하루의 편지는 무언가가 상실된 듯한 후지시로와 야요이의 관계에도 작은 불씨를 틔운다.

처음에는 두근두근 핑크빛의 로맨스 소설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현재의 시간과 옛날의 시간이 겹쳐진 체코의 오래된 시계처럼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사랑에 대한 가볍지 않은 물음을 던지는 책이다.


4월에 찾아온 그녀를 나는 사랑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차츰 멀어지고, 마침내 떠나간다. 
그런데도 나는 그때의 감정을 잊지 못한다.


사이먼 앤 가펑클의 노래에 나오는 구절처럼 영원할 것 같던 사랑도 끝이 난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다시 사랑하는 걸까.  안타까운 첫사랑의 추억이었던 하루가 편지를 통해 후지시로에게 하고 싶었던 말은 또 무엇이었을까.  

오래된 첫사랑의 추억을 떠오르게 하며 처음만났을 때처럼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을  다시 사랑하게 만드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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