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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y Sep 17. 2017

음악이 흐르는 순간, 사랑은 달아서 끈적한 것

박상 / 작가정신

과거의 어느 순간을 추억할 때 배경음악이 흐르듯 그 순간 들었던 음악이 함께 흐르는, 그런 순간들이 있다. 나에게는 남편과 몇십 분씩 중앙선을 기다리며 들었던 검정치마의 노래들이 그렇다. 아직도 검정치마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용산역의 한적한 기차역이 생각 나곤 한다.            

작가의 일상과 여행, 사랑과 추억을 음악과 함께 이야기하는 이 책은 날씨 좋은 날 커피 한 잔을 옆에 두고 좋아하는 노래와 함께 읽을 수 있는 부담 없는 책이다. 하지만 음악이 있다고 해서 감성적인 에세이를 기대하고 책을 든다면 조금은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박상 작가 특유의 재치 있는 글 때문인지 감성적이라기보다는 유쾌하고 즐겁고 조금은 가벼운 느낌이 드는 책.

이 책이 어떤 분위기의 책인지는 책의 일러스트를 보면 바로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요즘 한창 인기를 누리고 있는 김나훔작가가 일러스트를 맡았는데 박상작가의 글과 정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음반을 연상케하는 목차도 인상적인데 TRACK LIST에 있는 수많은 노래와 이야기 중에서도 책의 제목이기도 한 [사랑은 달아서 끈적한 것]을 얘기하지 않고 넘어갈 순 없을 것 같다.

그로부터 많은 세월이 지난 올해 역시 나는 달콤한 크리스마스를 기대할 수 없다. 다이도의 음악을 다시 들으며 생각하자니, 결국 심정이 마를 대로 말라 문을 닫고, 사랑을 포기한 채 끈끈하지 않아서였는지도 모르겠다. 

끈끈하니까 달거나, 달달하니까 끈적한 것이 사랑인 것이다.


런던에서 혼자 보낸 크리스마스의 추억 속에 흐르는 노래는 다이도의 <White Flag>다.  가수도 노래도 나에겐 낯설지만 "사랑하고 있고, 언제나 사랑할 거니까"라는 책에 나온 노래 가사가 마음에 들어 찾아보게 됐는데 지금도 이 노래를 들으며 글을 쓰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글보다는 노래가 더 중요한 책이란 생각이 든다. "본격뮤직 에세이"라는 부제에 어울리게 좋은 노래를 얻는 즐거움이 글을 읽는 즐거움보다 더 크게 다가오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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