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서평

음악이 흐르는 순간, 사랑은 달아서 끈적한 것

박상 / 작가정신

by Moony

과거의 어느 순간을 추억할 때 배경음악이 흐르듯 그 순간 들었던 음악이 함께 흐르는, 그런 순간들이 있다. 나에게는 남편과 몇십 분씩 중앙선을 기다리며 들었던 검정치마의 노래들이 그렇다. 아직도 검정치마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용산역의 한적한 기차역이 생각 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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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일상과 여행, 사랑과 추억을 음악과 함께 이야기하는 이 책은 날씨 좋은 날 커피 한 잔을 옆에 두고 좋아하는 노래와 함께 읽을 수 있는 부담 없는 책이다. 하지만 음악이 있다고 해서 감성적인 에세이를 기대하고 책을 든다면 조금은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박상 작가 특유의 재치 있는 글 때문인지 감성적이라기보다는 유쾌하고 즐겁고 조금은 가벼운 느낌이 드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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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어떤 분위기의 책인지는 책의 일러스트를 보면 바로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요즘 한창 인기를 누리고 있는 김나훔작가가 일러스트를 맡았는데 박상작가의 글과 정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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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을 연상케하는 목차도 인상적인데 TRACK LIST에 있는 수많은 노래와 이야기 중에서도 책의 제목이기도 한 [사랑은 달아서 끈적한 것]을 얘기하지 않고 넘어갈 순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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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많은 세월이 지난 올해 역시 나는 달콤한 크리스마스를 기대할 수 없다. 다이도의 음악을 다시 들으며 생각하자니, 결국 심정이 마를 대로 말라 문을 닫고, 사랑을 포기한 채 끈끈하지 않아서였는지도 모르겠다.

끈끈하니까 달거나, 달달하니까 끈적한 것이 사랑인 것이다.


런던에서 혼자 보낸 크리스마스의 추억 속에 흐르는 노래는 다이도의 <White Flag>다. 가수도 노래도 나에겐 낯설지만 "사랑하고 있고, 언제나 사랑할 거니까"라는 책에 나온 노래 가사가 마음에 들어 찾아보게 됐는데 지금도 이 노래를 들으며 글을 쓰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글보다는 노래가 더 중요한 책이란 생각이 든다. "본격뮤직 에세이"라는 부제에 어울리게 좋은 노래를 얻는 즐거움이 글을 읽는 즐거움보다 더 크게 다가오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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