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방콕

격리해제되면 우울감도 사라질까?

by 예담

지금 이 시간 온전히 있기가 참 힘든 것 같다.

가만히 앉아있는데 머릿속은 어수선하다.

책을 좀 읽어야지 하고 책을 펴는 순간 잊었던 일들이나 갑자기 하고 싶은 게 생겨나기도 하고 괜스레 리모컨을 만지작 거리다 TV를 켜고 채널들을 오르락내리락거리다 뭐하나 얻어 걸리면 잠시 머문다.

집중이 안된다.


혼자 있는 시간과 방콕을 좋아하는데 이건 자발적인 선택이 아닌 어쩔 수 없는 방콕은 여간 우울한 게 아니다.

2월 한 달 동안 많은 일들을 해냈다. 남편 제주도 발령으로 이사하는 것 도와주고 집으로 오자마자 확진자 아들 수발하고 회복시켜서 대학 기숙사에 보내고 3월 힘차게 도약하려 하다 다시 주저앉았다.


내가 확진자라니.

도대체 어디서 걸린지도 모르겠다. 자가 키드로 검사했는데 음성이라 감기 기운인 줄만 알았다. 잠복기에는 나타나지 않는 모양이다. 감기 기운이 있다 싶을 때는 매일 검사해야 하는 것 같다. 그런던 중 양성.

가족이나 지인들은 모두 무사하니 안도감과 함께 무거운 마음을 그나마 덜어낼 수 있었다.


큰아이가 학교를 가기 위해 방문을 사이에 두고 “엄마 들어올 때 뭐 좀 사다 줄까요?” 하는데 너무 따뜻하다.

아들 외출 후 빼꼼히 방문을 살짝 열어보니 거실과 주방은 내 머릿속처럼 어수선하다. 엄마가 방에 갇혀있으니 집도 함께 고생한다.

멈춘 공간에서 시간 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에 보니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는데 다른 사람의 손이 필요한 몸이 불편하신 분들은 얼마나 더 암담할까 싶다. 제발 모두가 안녕하기를..


이번 주 수요일 자정이면 격리 해제가 된다.

이 우울감도 격리 해제가 되면 함께 사라질까?


오늘도 책과 일러스트 작업으로 심심한 하루를 달래며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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