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베이스
다시금 떠오르고 있는 요즘 이슈 중에 하나가
배우자가 있는데 동석한 다른 이성에게 깻잎을 잡아줘도 되느냐 안되느냐와 패딩 점퍼 자크를 채워줘도
되느냐 안되느냐가 논쟁이다.
깻잎은 그렇다 치고 왜 남의 패딩 점퍼를
채워주고 난리지.
내가 이상한가.
사실 깻잎을 잡아주고 안 잡아주고 가
중요한 것 같진 않다.
이건 연인이든 부부이든 서로에 대한
마음의 베이스 문제로 보인다.
자신에게 평소 그런 친절과 배려가 있었다면
아마도 크게 문제 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나한테 그런 친절과 배려를 찾아볼 수 없는 사람이
다른 이성에게 친절한 내 배우자의 그 행태가
꼴 보기 싫었던 건 아닐까.ㅋ
스멀스멀 과거의 기억이 떠오른다.
여행과 즐거움의 코드가 잘 맞는 지인 부부가 있다.
이 부부와 우리 부부는 수년을 함께 여행을
자주 다녔었다.
오래된 이야기인데 중국인가 동남아인가 여행 중에
함께 간 지인 언니가 그곳 음식이 잘 맞지 않아
가는 음식점마다 새 모이 먹듯 하기도 하고
아예 먹지를 못했다.
모두 마음이 쓰였던 것 같다.
남편이 식당에 가서 앉을 때마다 “못 먹어서 어쩌냐.”하며 걱정해주었다.
뭐 한두 번은 걱정해주는 말이 오갈 수 있다.
여행기간 동안 가는 식당마다 내내 걱정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좀 거슬렸다.
지인 언니 혼자 온 것도 아니고 버젓이 남편도 있어서 알아서 챙겨줄 것인데, 뭘 저렇게 까지
걱정하는 티를 내지 싶었던 것이다.
함께 여행 다닐 때마다 그저 지인 부부가 좋아서
함께 걸으며 얘기를 나누는 뒷모습이
어느 때부터 정말 꼴 보기 싫었다.
걸음이 느린 나는 그들 셋 뒷모습을 보면서
걸을 때가 많았다.
한두 해도 아니고 그런 것들이 좀 쌓였었나 보다.
집에 가기 위해 비행기를 기다리며
남는 시간에 함께 차를 마시는데 ‘못 먹어서 어쩌냐’며
또 언니 걱정하는 말을 하는 것이다.
순간 여행 내내 쌓였던 부화가 치밀었다.
옆에 있는 와이프는 잘 먹는지,
잘 따라오는지 챙기거나
옆에서 걸어주지도 않으면서
언니 혼자 온 것도 아니고 부부가 함께 온 건데
뭘 그렇게 까지 하느냐며 버럭 소리를 냈다.
그때 순간 분위기 싸했지만 남편이 내게 미안하다며 사과하여 대충 무마됐던 기억이 난다.
깻잎이고 뭐고 옆에 있는 내 사람부터
잘 챙기고 잘해야 하는 것 아닐까 뭐 그렇다. ㅋ
이후 모임이나 여행부터는 조심하는 그를 보니
귀엽기도 하고 해서 용서하며 22년째
살고 있는 중이다.
이번 여행도 어쩌나 한번 봐야지.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