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용 이동수단의 발전
오랜만에 <날아라 슈퍼보드>를 봤습니다. 손오공은 슈퍼보드를, 저팔계는 오토바이를, 스님은 벤츠를 타고 다니는, 그야말로 최신 힙스터들이 따로 없었습니다. 그들은 이동에 제약이 없이 문자 그대로 날아다니며 사건을 해결하며 전국을 돌아다닙니다. 조선시대에 과거를 보기 위해 부산에서 한양으로 14일을 꼬박 걸었던 선비들이 알았다면 통탄할 일이기도 합니다. 걸어서 14일, 자동차로는 5시간, KTX로 2시간 30분, 비행기로는 40분. 교통수단의 발전은 우리의 삶을 바꿔놓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사람들의 큰 관심사 중 하나는 퍼스널 스마트 모빌리티 디바이스, 1인용 이동수단입니다.
자전거가 가져다준 변화
근대 유럽, 의사는 개인용 마차를 소유하고 있어야만 제대로 대접을 받았습니다. 그들은 빚을 내서라도 마차를 구매했죠. 귀족들도 응당 마차를 소유하고 있어야 했습니다. 이동수단은 계급과 계층을 가르는 척도로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그 당시 유럽에서만의 특징은 아니었습니다. 전 인류사를 통틀어, 현재까지도 이동수단은 계급과 계층을 나타냅니다. 조선시대에선 가마와 말 또한 계급에 따라 소유하고 탈 수 있었으며, 노새와 당나귀, 소 또한 양반이 아니라면 절대 타서는 아니했습니다. 심지어 중죄에 해당했습니다.
서민 혹은 대중들이 개인 이동수단을 갖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일임을 생각하면 놀랍기도 합니다. 1790년 최초의 자전거 발명 이후, 대중화가 되기까지는 약 10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남성 귀족·엘리트들의 놀이도구에서 여성과 아이들을 포함한 모두의 실용적 이동수단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의 자전거의 형태와 구조도 많이 변화하였습니다. 바퀴와 페달, 브레이크와 기어… 이는 자동차와 비행기 등, 현대적인 교통수단의 기본 원리는 자전거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개인 한 명의 이동 범위는 점점 넓어지기 시작합니다.
혼밥을 넘어 혼카
개인용 전자기기가 우리를 자유롭게 만들더니, 이제는 이동수단까지 개인입니다. '혼자서도 잘해요'를 이제 어른들은 혼자 이를 닦는 것을 넘어서 혼자서 살아가는 것에 불편을 느끼지 못합니다. 거동이 불편했던 사람들도 전동 휠체어를 타고 슝슝 다니죠.
1인 가구 시대. 대중교통 인프라가 잘 짜여진 도시의 사람들은 이제 다인승 자동차 소유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습니다. 가깝고 먼 곳을 다니는 데에 있어 대중교통이 승리한 것이죠. 그러나 불편함은 언제나 더 나은 선택지를 만들어냅니다. 대중교통이 닿지 않는 단거리의 목적지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한 짧은 거리의 이동에서의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1인용 이동수단에 관심을 갖게 된 것입니다. 아이들의 장난감인 줄만 알았던 킥보드가 부상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여기에 있습니다. 인프라 구축이 되어있는 도심 속 사람들의 좁아진 행동반경, 그리고 그 안에서의 이동에 대한 불편함. 그 불편함이 전동 킥보드와 전기 자전거의 유행을 가져온 것입니다.
샤오미와 공유 서비스, 대중화를 가속화시키다
사실, 요즘 들어 눈에 자주 보이는 세그웨이는 2001년에 개발되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때는 사람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을까요? 세그웨이는 약 천만 원을 호가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행사장에서나 잠시 모습을 드러냈을 뿐입니다. 호기심에 가지기엔 장벽이 너무 높았죠. 최근 들어 스마트 모빌리티 디바이스에 대한 친숙한 이미지와 다양해진 가격대가 우리를 사로잡고 있습니다.
특히 샤오미가 1인용 이동수단에서도 파격적인 가격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2년 전,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선사한 전동 킥보드 미지아는 평균 전동 킥보드의 가격대(50-100만 원)에서 확 낮춘 30만 원대로 과연 남는 것이 있느냐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이어질 만큼의 파격적인 가격이었습니다. 저렴한 가격대로 소비자를 공략하면서 우리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오더니, 공유 서비스가 여기에 불을 지폈습니다.
공유 서비스가 가장 핫한 분야는 다름 아닌 이동수단. 자동차를 넘어 전기 자전거와 전동 스쿠터 등의 공유 서비스가 확산되고 여러 업체가 앞다투어 출시 중입니다. 그리고 전동 킥보드 공유 서비스 킥고잉은 샤오미의 제품을 활용하고 있죠. 저렴한 모빌리티 디바이스와 공유 서비스의 만남이 대중화를 가속화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카카오 T에서 삼천리자전거와 함께 전기 자전거 공유 서비스를 시작한다니 전국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날으는 슈퍼보드, 호버보드
사실, 1인용 이동수단이 실용성의 이유로 많이들 이용하지만, 재미 측면도 빼놓을 순 없는 것 같습니다. 한강 근처만 봐도 다들 즐겁게 퍼스널 모빌리티를 체험하고 있죠. 재미를 얘기하자면, 어벤져스에 나오는 팔콘의 날개와 아이언맨의 슈트,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린 시절의 로망 백 투 더 퓨처의 호버보드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바퀴 없이 공중에 떠다니는 보드라니, 사실 어릴 적엔 비행기도 있는데 더 가볍고 단순한 왜 호버보드가 나오지 않지 싶기도 했습니다. 2016년, 자파타 레이싱은 플라이보드 에어를 출시하며 많은 사람들을 열광시켰는데요. 공중에서 약 10분 동안 비행할 수 있으며, 50m 상공에서 시속 150km로 날아다닐 수 있는 압도적인 성능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실용성의 문제와 화재와 폭발의 위험으로 인해 당시 아마존에서의 판매가 중지되기도 했습니다. 이 플라이보드 에어의 가격은 한화로 약 3억 원. 세상에서 제일 작은 1인용 헬기가 약 1억 원 한다는 걸 생각해보면 하늘을 나는 이동수단을 가지고 싶으신 분들은 호버보드보다는 헬기를 고려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하루빨리 호버보드를 샤오미가 상용화해주었음 하는 바람입니다.
직립 보행을 넘어
인류가 지구의 지배자가 된 이유는 다름 아닌 손과 발입니다. 사족보행에서 직립보행을 하게 되며 자유로운 손을 얻으며 도구를 용이하게 사용하게 되었죠. '탈 것'의 개념을 만들어내며 우리는 점점 더 멀리 더 쉽게 이동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주까지 나갈 수 있게 되었죠. 그러면서 우리의 미래 모습은 어떨지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영화 <WALL-E>에서의 인간들의 모습처럼 이동수단을 발전으로 인간의 다리가 쓸모없게 되진 않을까?-하는 상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