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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요 Aug 25. 2020

모나리자와 함께 셀피를_변화하는 전시공간

관찰자에서 참여자가 된 관람객

고요한 공간, 저마다의 위치에서 저마다의 시선으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가득 찬 박물관. 경험을 향유하며 교육하는 진중한 분위기를 가졌다는 점에서 저에게는 도서관과도 같은 공간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최근 핫하다는 전시공간들은 낯설게 느껴집니다. 카메라 셔터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자연스레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속에서 있노라면, 작품 앞에 있기보다는 피사의 사탑 앞에 있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언제부터 전시공간은 촬영과 대화의 장이 되었는지 그 변화가 달갑지 않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시대의 흐름을 누가 막을 수 있을까 싶습니다. 스마트폰의 등장은 전시공간에 대한 이해와 규칙을 달리 만들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전시 공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Photo by Dev on Unsplash

전시장에 왜 왔니


기술의 발전은 시공간의 자유를 선사하였습니다. 우리는 루브르 박물관에서만 모나리자를 볼 수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전 세계의 명화를 눈으로 보는 것보다도 더 정밀하게 고화질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보는 걸 방해하는 유리도, 관람객도 없습니다. 심지어 공짜이기까지 합니다. 작품에 대한 해석도 같이 볼 수 있죠. 2011년 '구글 아트 프로젝트'로 시작한 '구글 아트 앤 컬처'는 기가픽셀로 4만 5천 점 이상의 작품을 볼 수 있으며,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박물관과 세계의 유적지를 스트리트뷰의 실내 지도 기술을 사용하여 360도로 둘러보게끔 해놓았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전시관에 오는 이유는 공간과 어우러진 콘텐츠를 보는데에서 느낄 수 있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재현의 시대에 '원본'을 보았다는 경험과 그 경험의 기록하고 싶다는 욕구가 아닐까 싶습니다. 기록의 욕구는 언제나 있어 왔습니다. 관광지에서의 낙서가 과거 기록의 트렌드였다면, 최근 기록의 트렌드는 업로드용 사진입니다. 스마트폰과 SNS가 기록의 방식을, 전시장의 트렌드를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Photo by Václav Pluhař on Unsplash

사진을 허하노라, #대림미술관


전시의 구성요소는 공간과 주제, 그리고 관람객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완벽해 보이는 3요소에 하나가 더 들어왔으니 바로 SNS입니다. 트렌드로 자리 잡은 SNS를 무시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게 기획자든 소비자든 말이죠.


SNS의 강력한 파워는 박물관의 사진 허용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플래시로 인한 작품 훼손, 저작권, 관람 방해 등의 이유에서 불허하던 수많은 박물관들은 '사진 금지'에서 '플래시 금지'와 '삼각대 금지'로 룰을 변경하였습니다.


대림미술관은 약 336K(336,000) 개의 해쉬태그가 달려있는, 그야말로 인스타의 성지입니다. 서울 데이트 코스로도 유명한 이 곳은 국내 최초 사진 허용 미술관이자 인증샷 장려 마케팅을 펼치는 곳입니다. 이와 더불어 타 박물관과의 차이점 중 하나는 공간입니다.





ⓒPhoto by Alex Holyoake on Unsplash

공간을 연출하다


대림미술관이 'e-편한 세상'으로 유명한 건설사, 대림 산업에서 세웠다는 건 많이들 아는 사실일 것입니다. 건설업체에서 세운 미술관인 만큼, 그 안의 작품도 중요하지만 그 작품을 담고 있는 공간 또한 중요했습니다.


땅 부지를 사서 새로 미술관을 세운 것이 아니라, 가정집을 리노베이션 하여 사용한 것입니다. 프랑스 유명 건축가인 뱅상 코르뉘가 디자인한 대림미술관은 최초의 사진 전문 미술관으로 출발하여 '지나친 노출 없이 빛을 연출'할 수 있게끔 건축되었으며, 반사되는 빛을 최소화할 수 있게 간접 조명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건축미학을 홈페이지에서 크게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대림미술관만이 이러한 특수성을 가지고 공간을 연출한 것은 아닙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그러하고, 세계의 수많은 상설 전시장들도 콘텐츠에 알맞은 스토리에 맞는 공간으로 설계되기도 합니다.

  




ⓒPhoto by Noralí Emilio on Unsplash

미술품보다 더 아름다운 미술관


세계 3대 자연사 박물관중 하나로 뽑히는 파리 국립자연사박물관은 그러한 점에서 찬사를 받는 공간입니다. 현대판 '노아의 방주'의 한 장면이라 불리는 박물관 1층을 가로질러 중앙부에 위치해있습니다. 이 공간은 극장형 구조로, 가장자리가 비어져있으며, 그 양 옆의 공간에서 이 행렬 전시를 다양한 높이에서 여러 각도로 볼 수 있게끔 되어있습니다. 외부로의 빛을 차단해놓았으나, 천장의 조명을 통해 조도를 계속 바꾸며, 밤과 낮을 연출하며, 더불어 소나기와 천둥소리까지가 들리기도 합니다. 관람객들은 1층에서도, 그리고 4층에서도 집중하며 그 행렬에 집중하게 됩니다. 박물관이 단순히 작품만을 전시하는 공간을 넘어 오감을 자극하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어떤 전시는 건축에서부터 시작되기도 합니다. 건물의 하드웨어적인 면뿐만 아니라 그 공간을 채우는 컨셉, 즉 소프트웨어적인 면까지 고려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소프트웨어적인 면을 고려할 때에는 실현시킬 수 있는 기술력이 한 몫했겠죠. 환상적인 외관, 그리고 내부에 미술품보다 미술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건 놀라울 일도 아니죠. 그리고 이제는 공간이 받쳐주지 않으면 펼칠 수 없는 예술까지 등장했습니다.  


 



ⓒ빛의 벙커 홈페이지

기술과 공간, 그리고 예술의 조합


박물관은 지역 개발의 촉매제로, 도시 활성화의 일환으로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박물관은 버려진 산업 시설물들을 재활용하는 가장 보편화된 방법이었죠. 런던의 테이트 모던 갤러리는 버려진 화력 발전소였으며, 오르세 미술관은 기차역이었으며, 최근 생긴 MMCA청주는 담배공장이었다는 사실이 그리 놀랍지만은 않습니다.


유행이라는 것이 그러하듯, 너도나도 폐산업시설에 문화시설을 집어넣는 것이 우리에게 색다름과 긍정적 효과를 내보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심지어 3세기 동안 일어나는 일임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러합니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공간 트렌드에 기술이 접해지면서 더 발전한 형태의 박물관입니다.


2012년 프랑스 남부 레보 드 프로방스 지역의 폐채석장을 개조한 '빛의 채석장'은 프로젝션 맵핑 미디어 아트인 '아미엑스'를 통해 멀티미디어 공간으로 탈바꿈된 것입니다. 아미엑스(AMIEX·Art & Music Immersive Experience)란 프랑스 몰입형 미디어 아트라고도 불리며 폐광산, 폐공장 등의 버려진 산업시설을 활용하여 프로젝션 맵핑 기술과 음향을 활용한 전시 영상을 투사하는 최신 미디어 아트 프로젝트를 뜻합니다. 수천 점의 명화를 디지털화시켜 프로젝트 맵핑으로 바닥, 벽, 기둥, 천장 등 건물을 스크린 삼아 송출합니다. 더불어 명화들과 어울리는 사운드 트랙 덕택에 관람객들은 그 생동감에 깊이 빠져들게 됩니다.


넓은 공간을 압도하는 놀라운 기술력은 공간이 받쳐줘야지만 펼쳐질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 맵핑을 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면서도 외부의 소리와 차단되어야 하는 곳, 그러한 공간이 꼭 필요한 예술이기에 단순히 랜드마크를 세운다는 의미에서의 공간 활용을 넘어서 마주하는 작품은 우리에게 감동을 선사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아미엑스는 한국에서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바로 제주 성산에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비밀벙커가 발견되면서 '빛의 벙커'라는 새로운 이름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과학기술혁명의 시대로 불린 20세기, 기계문명을 찬양하며 과거의 미학과 단절을 외쳤던 미래파는 '미술관은 사라질 것이다'라는 선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기술의 발전이 가져다주는 편리함과 보석과도 같이 여겨지는 시대에 과거의 유물은 고물이나 다름이 없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고물들을 모아놓은 미술관은 누구나 들어가 잠을 자는 공공기숙사와 다를 바 없다고 말이죠.


그러나, 미술관은 도시를 넘어 나라의 랜드마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더불어 관람문화도 변화하며 박물관의 정의 또한 계속해서 바뀌는 중입니다. 단지 고요하게 바라보는 것에서, 그 공간에서의 몰입과 경험케 하는 것은 감성의 영역에서의 박물관은 계속해서 살아남을 것입니다. 기술의 편리함이 과거의 유산을 폄하하지 않고, 다시 빛나게 만들어 줄테니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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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에 썼던 글인데, 그 사이에 코로나가 또다시 전시공간을 바꿔놓았다. AR과 VR이 더욱 빠르게 적용되었고, 집에서 전시를 관람하고 듣는다. 코로나가 전시에 기술적 접목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뉴노멀 시대의 탈공간 전시는 오프라인의 차선책 이상은 아직 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오프라인 기반의 전시장은 어쩔 수 없는 것 같긴 하지만...) 단순히 스크린 크기의 차이도 아니고, 전시 작품의 재생산(원본이 아니라는 점에서의)의 문제도 아니다. 그 공간이 주던 몰입감과 분위기는 디지털 공간 속에서 펼쳐내기 아쉬운 감이 있다. 물론, 흥미로운 전시들도 있고, 탈공간에서의 시도가 흥미롭고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하지만, 그건 디지털적 요소-뭔가 사이버(?)느낌이 나는-가 가미된 작품들에 한정되는 것 같다.


종식되지 않을 것 같은 코로나19에서 교과서 느낌이 들지 않는 뉴노멀 전시가 있다면, 누가 나한테 좀 귀뜸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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