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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시간에 비하면 내 시간은

별마로 천문대

by 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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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샵으로 보정한 듯 명암이 뚜렷한 토성. 눈 앞에서 빙글빙글 돌고있는 것 같은 토성의 띠. 태양계의 그 거짓말 같은 한 면을 눈으로 확인하자 벅차오르는 마음과 올라간 입꼬리. 별마로 천문대 옆 활공장은 그 황홀감을 이어가기에 딱 좋았다.


몇 사람이 그림자만 드러낸 채 영월 시내를 바라보고 있다. 그 원근마저 장관이다. 챙겨온 자켓을 바닥에 깔고 벌러덩 누웠다. 바닥에 어떤 더러운 게 묻어있을지 모르지만 상관 없었다. 몇초 지나지 않아 희미하게 별똥별이 휙 지나갔다. 나처럼 운 좋게 그것을 본 자와, 아쉽게 보지 못한 자의 진실공방으로 옆 자리가 시끌해진다.


매일밤 하늘 위만 바라보면 볼 수 있는 별인데, 천문대에서는 내가 태어나기 한참 전에 번쩍이고 소멸했을지 모를 수십광년 전 그 별의 목소리가 아련한 에코가 더해져 더 뚜렷이 들려오는 것 같다.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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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만의 어둠 속에서 우주의 거대함을 체험하고 나면, 측정 불가한 시공간 속 나의 존재는 작디 작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내 존재나 감정이 하찮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그저, 어쩌다 불행이 찾아온들 그 우연을 괜스레 부풀려 불행에 잠식되지 말아야지, 생각한다. 행복이 찾아오면 그 반가운 순간을 미루거나 놓치지 말고 우주만큼 크게 부풀려 누려야겠다, 생각한다. 우주의 시간에 비하면 내 시간은 너무도 짧아서.



#별마로천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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