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생의 대화가 신경 쓰이기 시작한 건 몇 주 번부터였다.
일주일에 두어 번은 오는 카페에 언제부터인가 사장님 대신 알바생이 있었고, 나는 항상 오픈 시간 첫 손님이었으므로 처음 한 시간 정도는 알바생과 나 단둘이 카페에 있었다(고 믿었다). 하지만 조용한 카페에서 한가롭게 머무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접어야 했다. 그 알바생은 사실 단 한 번도 혼자였던 적이 없었다.
함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손님은 보이지 않는 카운터 안쪽 공간이 있어 확인할 수 없었지만, 두 사람의 대화로 짐작해 보면 친하게 지내는 동네 언니 동생 사이인 것 같았다.
나는 사람들이 카페 안에서 돌아다니고 대화하고 노트북 하는 일상적인 움직임들을 보기 좋은 풍경 보듯 좋아하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적당한 소음이 싫지 않아 카페에서 일한다. 하지만 손님이 달랑 나 하나뿐인데 직원이 지인을 불러 끊임없이 수다를 떠는 건 얘기가 좀 달랐다. 거기다 그 대화의 내용이 대부분 카페 사장 험담일 때는 좀처럼 모른 척 흘려들을 수가 없었다.
듣고 싶지 않아도 들렸던 대화의 내용은 이런 것이었다.
"주말 알바생을 일 못하는 애를 불렀더라. 사장이 생각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
(상관할 바 아니다.)
"오늘도 택배가 왔는데 모과차를 시켰더라. 많이 나가지도 않은데 사장님이 미쳤어요가 이런 건가? 하하하."
(상관할 바 아니다.)
"카페 인수할 사람을 찾는데 이런 시기에 누가 하겠어. 제정신이야?"
(상관할 바 아니다.)
그 알바생이 하는 모든 이야기들은 카페 사장이 고민할 문제들이었다. 카페에 대한 애정으로 주말 장사가 걱정되고, 모과차 재고가 걱정되고, 카페의 존망이 걱정이라면 진지하게 상의하면 될 것이다. 여기 사장님은 카페 손님에게 다 들리도록 자기 험담을 하는 사람에게 꼬박꼬박 월급을 주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려나.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니까 괴로웠다.
요즘은 손님이 나 뿐인 카페에서 이어폰을 끼고 일한다. 술집에서는 시끄럽게 떠들며 세상 사는 어려움도 털어내고, 엉엉 울며 신세한탄도 하지만 카페에서는 좀 평화롭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