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의 셀프 복지
혼자 일하는 나 같은 사람은 복지도 셀프다. 전날 새벽까지 야근했으면 다음 날 낮잠을 자게 해 준다거나, 구내식당(집밥)이 지겨울 때는 샌드위치가 맛있는 카페에서 점심을 먹으며 일한다. 소소하지만 중요한 나름의 복지다.
보너스나 실컷 받으면 좋으련만 주는 사람도 나, 받는 사람도 나라서 잔고는 항상 소박하다. 수업비가 한꺼번에 정산되는 일 년에 두 번, 좋아하는 그릇 몇 개를 산 정도가 전부. 그나마 노동자 문희정이 들고일어나 파업 시위를 하지 않는 것은 워낙 딱한 대표의 사정을 알기 때문이다. 줄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는데 어쩌나.
비가 오는 날에는 창이 넓은 카페에 간다. 노동자 문희정이 대표 문희정에게 유일하게 요구하는 것이 ‘비 오는 날 카페에서 일할 권리’다. 비가 오면 목줄을 찬 강아지처럼 마음이 급해진다. 타닥타닥 겅중겅중 현관에서 뛸 준비를 한다. 이 비가 그치기 전에 빨리 나가야 해.
카페에 앉아 커피 한 모금 마시고 비 오는 풍경 한 번 보고, 노트북만 쳐다보고 있다가 안 풀릴 때 빗줄기가 땅에 떨어져 웅덩이를 만드는 걸 잠시 지켜본다. 그러면 좋아하는 일이 괴로움이 될 때도 조금 괜찮아지는 기분이다.
창이 넓은 카페도 좋고 아예 열려있는 곳이라면 더 좋다.
지금은 제주에 있는 카페 히비가 홍대 카페 프린스 아래 있었을 때는 활짝 열린 창가 자리에 앉는 걸 좋아했다. 혼자여도 부담 없는 바였고, 무엇보다 창 밖의 시원한 공기가 통하는 테라스 느낌이라 상쾌했다. 요즘은 카페마다 전면이 유리로 된 통창이 유행인지 바람을 함께 느끼기 쉽지 않다. 그나마 동네에 있는 한 대형 카페가 전면이 폴딩도어로 되어있는데 비가 오면 혹시나 열어 놓았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거기부터 찾는다.
어쩔 때는 활짝 열어 놓기도, 어쩔 때는 닫아 놓기도 하는데 그 기준을 잘 모르겠다. 애써 허탕치고 싶지 않아 직원에서 물어보고 싶기도 하지만 이상한 사람 같아 보이겠지.
우산을 쓰고 걸어가면서 그날 알바생이 빗소리를 좋아하는 사람이길 바랄 뿐이다. 조금 쌀쌀해도 비 오는 날의 정취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좋겠다 생각하며 빠르게 걷는다. 물론 흥건해진 바닥을 걱정할 필요 없는, 밀대를 빨고 손님들의 신발 자국을 닦는 사람이 아니기에 할 수 있는 말일 거다. 손님은 비 오는 창가를 흡족하게 바라보기만 하니까. 창문을 열 수 없는 이유 따위 뭘 알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