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나오기 전까지 하는 일
누구나 그렇듯 카페에 가면 먼저 앉을자리부터 찾는다.
아마도 혼자 식당이나 카페에 가는 사람들은 벽을 바라보고 앉는 걸 좋아하거나(김밥 집에서 주로 그렇다), 벽을 등지고 앉는 것을(스타벅스 소파 자리처럼) 좋아하는 두 부류로 나뉠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사람 구경 하는 걸 좋아해서 벽을 등지고 앉아 카페의 전체적인 풍경을 바라보는 자리를 선호하는 편이다. 특히 벽을 등지고 앉으면 글을 쓸 때 내 모니터를 사람들과 공유하지 않아도 돼서 좋다. 뭔가 안정감이 든다고나 할까. 글을 쓰다 말고 잠깐 인터넷 기사를 보거나 카카오톡 채팅을 해도 아무도 내 모니터를 볼 수 없다는 게 안심된다. 설사 반대 자리에 앉아도 지나가는 사람들이 내 노트북을 유심히 보는 일은 없을 거라는 걸 잘 알지만, 나란 사람은 그걸 의식하는 순간 한 글자도 쓰지 못하고 얼어버린다.
비가 오는 날이거나 창밖 풍경이 초록빛이라면 그걸 감수하고도 창가에 앉는 편이다. 특히 비 오는 날은 역시 창가에 앉아 선으로 내려서 점으로 떨어지는 빗줄기는 보는 행복을 놓치기 싫다.
자리를 선택할 때는 테이블 높이와 의자도 중요하다. 테이블이 너무 높으면 글을 쓸 때 어깨가 아프고, 테이블이 너무 낮으면 작업하기가 불편하기 때문에 요즘 유행하는 낮은 테이블과 벤치형 의자가 있는 카페는 잘 가지 않는다. 피하는 자리도 있는데 화장실 앞, 입구 앞, 에어컨 바로 아래는 되도록 피하는 편이다.
그렇게 자리를 정하고 주문을 한다. 처음 가보는 곳은 시그니처로 순순히 그곳의 추천을 따르는 편. 그게 아니라면 항상 따뜻한 아메리카노다. 커피 맛에 확신이 생기면 그때부터 라테를 시킨다. 논 커피나 에이드 쪽은 편도가 부어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지경이 아니라면 쳐다보지 않는다.
자리로 돌아와서 카페에서 음료가 나오길 기다리는 사이 카페를 둘러보는 걸 좋아한다.
보통 ‘이 가게는 왜 이랬을까’에 대한 의문의 답을 스스로 찾으며 시간을 보낸다.
벽에 왜 장식장을 걸어 놨을까. 긴 벽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하는데.
크리스마스트리는 왜 치우지 않는 걸까. 크리스마스를 특별히 좋아하는 무슨 사연이라도 있는 걸까.
뜨개 방석은 뒤집어 보니 상표가 없다. 사장님이 직접 뜬 것 같은데, 카페에서 뜨개 원데이 클래스 같은 거 하면 좋겠다.
요즘 유행하는 가구를 썼네. 업체에서 해준 걸까. 주인장의 취향이 드러나는 편이 더 좋지 않나.
테이블 배치를 왜 이렇게 했을까. 다들 창가자리를 선호하는데 창가자리에만 편한 의자가 있어서 다른 테이블에는 앉고 싶지 않게 해 놨네.
카페 할 것도 아니면서.
이 카페 직원이나 매니저도 아니면서.
아무 상관없는 손님 1의 오지랖은 커피가 나올 때까지 끝날 줄 모른다. 상상 속에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벽 장식장을 철거하고 창가 테이블 배치를 바꾸려 낑낑댈 즈음 커피가 나오면 그제야 다시 현실 속으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