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접하는 분들께 조금의 도움이 되길 바라며
2018년 말, 회사 몇몇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했던 때가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일정은 촉박했고 기획해야 할 화면의 양은 정말 많았다.
킥오프 미팅에서 각자 분량을 맡아서 그리기로 한 후 며칠이 지나고, 첫 회의에서 우리 모두는 깊은 우울감에 빠지고 말았다. 당시 회사에서는 파워포인트로 화면 기획과 기능 정리를 했었는데, 작업속도가 나지 않은 것은 물론, 수정작업, 버전관리, 파일 송수신 및 취합 등 협업을 하기에는 시간을 갉아먹는 번거로운 작업들이 너무 많았다. 이대로는 일정 안에 절대로 끝낼 수 없음을 직감했다. 위기였다.
그러던 중 한 사람이 괜찮은 협업툴을 발견했다며 급히 모두를 소집했는데,
그것이 피그마(Figma)였고, 우리에게는 한 줄기 빛이자 오아시스였다. Adobe XD와 Sketch가 위상을 떨치던 2018년, 그렇게 나의 최애 작업툴 피그마를 만났다.
이후 회사에 정식으로 피그마를 도입시켜 디자이너와 개발자들도 학습하도록 했고, 현재는 업무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2022년 9월, 어도비에 200억 달러에 인수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왜인지 내 일처럼 기뻤다)
나는 서비스기획자이다. 그리고 피그마는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화면을 그려내는 일을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너무나도 훌륭한 도구라 확신한다. 특히, 한 번 그리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반복해서 수정작업이나 버전업을 해야 하는 업무라면 더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이제는 피그마가 정말 대중화되어 보다 더 잘 활용하는 분들이 많겠지만, 처음 접하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기획자로서 내가 피그마를 활용하는 방법 몇 가지를 간단하게 적어본다.
1. 페이지 활용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 모두가 피그마를 본다. 다만 기획자가 그려놓은 화면에서 디자이너와 개발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는 각각 다르다. 또한 (고객사가 있다면) 고객사에게 전달할 때는 날것이 아닌 정제된 문서가 필요하다.
업무의 중간에서 중요한 소통창구 역할을 해야 하는 기획자로서, 화면을 보는 각 대상에게 필요한 정보만을 공유해 주는 것은 전체적인 업무 효율에 큰 도움이 된다. 때문에 내가 조금 번거롭더라도 "기획자/디자이너 작업용" "개발팀 공유용" "고객사 전달용" 등 상황에 맞게 페이지 영역을 구분하고, 그 아래로 페이지를 만들어 버전관리를 한다. 프로젝트의 썸네일을 지정할 프레임은 'Cover' 페이지를 별도로 만든다.
2. 작업의 시작은 컴포넌트부터
화면을 기획하는 모든 상황에서, 한 번 그려놓고 끝낼 것이 아니라면 컴포넌트부터 만들어놓고 시작하는 게 상당히 효율적이다. 요구사항이나 기능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화면기획을 들어가기 전에 시간을 할애해서 필요한 컴포넌트를 먼저 만들어 놓고, 진행해 가면서 추가적으로 필요한 컴포넌트를 계속 만들어놓는다.
만약 버전업이 필요해서 페이지를 복제하는 경우, 수정된 버전의 컴포넌트를 만들어서 기존 컴포넌트와 컴바인 하여 '치환' 하는 방법으로 작업하면 정말 편하다. 그리는 화면이 많을수록, 공통된 컴포넌트들이 많을 사용수록 시간을 아끼는데 더욱 효과적이다.
3. 신규 기능은 수시로 체크
피그마를 사용하다 보면 기능 업데이트가 되었다는 알람이 오기도 하고, 피그마 공식 홈페이지나 커뮤니티에 새 기능에 대한 안내가 나오기도 한다. 이들을 확인하다 보면 지금 본인이 사용하고 있는 기능들 외에 피그마는 정말 무수히 많은 기능들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중에는 기획자가 활용하기에 아주 좋은 기능들도 많으니, 피그마 활용능력을 높이고 싶다면 수시로 들어가 보는 습관을 들이길 권장한다.
추가로, 인스타그램을 한다면 피그마 관련된 계정들을 팔로우하거나 피그마 관련 키워드로 검색해 보면 기능, 플러그인, 꿀팁 등 꽤 좋은 정보들을 확인할 수 있다. #figma / #figmatutorial / #figmatips 등 다양한 키워드로 한 번 검색해 보면 좋을 것 같다.
기획자가 피그마를 잘 다룰 수 있다면 업무속도를 높이고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확신한다.
새로운 기능을 수시로 체크하여 손에 익히고, 각종 기능들을 활용하여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본인만의 방법을 탐구한다면 그만큼 기획자로서의 내 가치도 충분히 높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피그마를 시작하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