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디자인 유닛 매니저로 일 하고 살아가는 이야기
태국에 이민을 와서 정식적으로 워크퍼밋을 받고 일을 한 첫 번째 회사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카카오웹툰이었다. 한창 코로나가 창궐하던 시절이었던 2020년. 코로나 백신을 맞으러 가서 병원 구석에서 온라인 인터뷰를 봤던 기억이 난다. 밖으로 나갈 수 없어 모든 것을 집안에서 하던 때. 넷플릭스, 웹툰은 그야말로 대박이 났고 내가 다니던 카카오웹툰도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카카오웹툰 태국지사에서 한국의 카카오 웹툰을 태국화 버전으로 만들어 내는 일을 했다. 태국어의 경우는 자음이 44개, 모음이 22개 그리고 5성조를 가진 어마어마한 언어이다. 그리고 띄어쓰기가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한국어를 태국어로 현지화를 하게 되면 길고 긴 텍스트의 산에 갇히게 된다. 마케팅팀과 협의하여 어떻게 텍스트를 효과적으로 줄일지, 폰트의 띄어쓰기를 어느 지점에 두어 가독성을 높일지, 어떤 폰트가 가장 효과적일지 등등을 고민하는 일이었다. 그래픽 디자인, 비디오 에디터 분야를 아우르는 것은 물론이고.
평소 웹툰을 자주 보아왔고 콘텐츠 소비하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이곳에서 일하는 동안 꽤나 즐거웠다. 돌아보면 코로나 시절이라 100 퍼센트 재택근무만 하여 동료들을 자주 못 보았다는 점이 아쉬움에 남는다.
그렇게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카카오웹툰 역시 태국시장을 철수한다는 공지가 오늘 드디어 공식적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작년에 이미 소식을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또 전 직장의 철수 소식을 들으니 많이 아쉬울 따름이다. 좀 더 오래가길 바랐는데...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다. 살아오면서 경기가 좋았던 적이 도대체 언제였나 싶지만 정말 체감으로 많이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콘텐츠, 디자인 영역은 더욱더 영향을 받는 분야이 아닐 수 없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의 미래는 어떨까. 앞으로 당장 3개월, 6개월은 괜찮을까? 나는 이곳에서 어떤 그림을 그려나가야 할까?
정말 고민이 많은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