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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FFFTFFFF ] 태국에서 기록하는 팀장 일기

태국에서 디자인 팀 리드로 일하는 방식에 대한 기록 (22)

by moontree

#22. 지진이 나도 전쟁이 나도 일을 하는 삶


정확히 4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미얀마에서 7.7 강진이 발생하여 태국 방콕에까지 지진의 여파가 온 그날. 당시 방콕의 중심 지역인 통러의 한 오피스 빌딩 39층에서 일을 하고 있었고 갑작스러운 큰 지진에 대피를 했었다. 다행히도 태국 오피스에 근무하던 모든 동료들은 무사히 탈출을 했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몇몇 동료들에게 후유증이 찾아왔다. 나의 경우엔 심한 어지러움증으로 4월 한 달 내에 3번 이상 병원 응급실을 찾거나 입원을 했었다. 위험했던 순간들이 있었지만 잘 넘길 수 있었다. 그 이후 통원치료를 하며 안정을 찾았고 이젠 더 이상 약을 먹지 않아도 될 만큼 많이 호전되었다.


이때를 가만히 돌이켜보면 지진이 난 상황에서도 일을 해야 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오피스 건물 곳곳에 금이 가서 임시로 재택근무로 전환이 되었다. 이때 당시 굉장히 큰 프로젝트의 그랜드 런칭을 앞두고 있던 시점이었기 때문에 오랫동안 병가를 낼 수도 없었다. 병원에 누워 랩탑으로 디자인 디렉션을 하고 컨펌을 했다. 모든 미팅에 참석했다. 아프지 않은 척해야 했는데 컴퓨터를 보는 동안 몸과 마음이 굉장히 괴로웠다. 하지만 도저히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무사히 빅 프로젝트를 런칭 시키고 나니 4월 한 달이 완전히 사라졌다.


시간이 흘러 7월이 되었고 지난주부터 태국과 캄보디아 사이에서 국경 분쟁이 일어나고 있다. 이는 엄밀히 말하면 전쟁이고 이틀 전 양국 사이에서 공식적인 휴전을 선언했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여전히 분쟁 중이라고 할 수 있다. 태국 동료들과 새롭게 업뎃 되는 소식들을 주고받으며 보통날을 보내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여전히 출근을 하고 어김없이 일을 하고 있는 게 맞나 싶기도 하다.


지진이 나도 전쟁이 나도 일을 하는 삶. 지켜내야 하는 그런 삶. 그 무게가 느껴짐과 동시에 만감이 교차하고 꽤나 마음이 복잡한 요즘이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도 더 이상 놀랍지도 않은 나날들. 나는 이 나라에서 그리고 이곳에서 어떤 마음을 갖고 일을 해야 할까. 그리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정답은 있을까 없을까.


YEYE 작가님 작품인데 요즘의 나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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