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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FFFTFFFF ] 태국에서 기록하는 팀장 일기

태국에서 디자인 팀 리드로 일하는 방식에 대한 기록 (23)

by moontree

#23. 역시 '사람'이 제일 어려운 것


조직을 이끌어가는 매니저로서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온다. 그럴 때마다 늘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여기서 사람은 팀원, 동료, 보스, 클라이언트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이 중에서 가장 어려운 사람은 바로 '팀원'이다. 이제 3년 차가 된 꼬꼬마 팀장으로서 여전히 팀원이 가장 어렵다.

특히 팀원을 새로 채용하는 일이 가장 신경이 쓰이면서도 어렵다. 프로필, 포트폴리오, 사전 과제, 두 차례 정도의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 인터뷰, 누군가로부터 듣는 기준점 없는 평판이 새로운 지원자에 대한 모든 정보이다. 3개월이라는 '수습 기간'이 존재하지만 이 기간 동안 잘하던 사람이 이후에 갑자기 돌변을 하는 모습도 보았다.

이제 곧 마흔을 앞두고 그동안 이나라 저 나라에서 살며 나름대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왔다고 생각 했는데 이내 곧 매우 매우 아주 큰 오산이었음을 알게 되고 좌절하게 된다.


최근 약 2개월에 걸쳐 겨우겨우 팀원 한 명을 채용했다. 첫 번째 인터뷰에서 별 다른 특이점이 없었지만 두 번째 인터뷰에서 약간 공격적일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보통 태국 사람들이 말을 돌려서 하는 편인데 꽤나 말을 거칠게(하면서도 최대한 공손하게 말하려고 하는 노력이 보임) 내뱉었다. 하지만 이 당시에 팀원을 충원하는 것이 급했고 포트폴리오와 사전과제에선 이미 기준점에 만족을 하여 채용을 결정지었다. 여기서부터 일은 시작이 된 건가!


아... 왜 슬픈 예감은 왜 빗나가질 않는 것인가. 이 팀원은 입사일 이후 5일 정도 매일 지각을 한 시간 이상을 하다가 그 이후부터는 병가를 내고 오피스에 나오질 않았다. 메시지를 보내면 2시간 이후에 단답 메시지와 이모티콘이 도착한다. 그리고 본인에 대한 그 어떤 병원 진단서도 회사에 보낼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회사는 계속 나오고 싶다고 했다…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말이 며칠째 반복되었다.

특히 큰 문제는 이 팀원이 발생시킨 업무의 지연. 모두 곧 팀으로 돌아왔고 지난주에 이것들을 정리하느라 팀원들과 함께 많은 고생을 했다. 미안함과 고마움이 공존했던 한 주였다.


결국 이 팀원은 갑자기 본인이 자진해서 퇴사를 했다. 인사팀과 법무팀과의 미팅을 마친 뒤 갑자기 가방을 챙겨서 오피스를 빛의 속도로 떠났다. 어떤 이유가 있었는지 알고 싶었지만 내가 가진 상식 선에서는 전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이 모든 게 불과 지난 15일 사이에 일어났다. 큰 악몽을 꾼 건가 싶기도 하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하지만 한 조직의 매니저로서 아주 큰 교훈을 얻게 되었으니 조금은 고마워해야 할까. 아닌가... 하… 젠젠 모르겠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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