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디자인 팀 리드로 일하는 방식에 대한 기록 (24)
#24. AI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이 시대의 매니저들이여…
작년 초부터 드디어 AI가 우리의 삶에 많은 영역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세계 곳곳에서는 AI를 최대한 도입하여 업무 방식을 바꾸어 나가고 있다. 내가 소속되어 있는 회사 역시 AI를 활용한 업무를 권장하고 있고 일부 부서들은 AI를 통해 새로운 업무 방식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내가 매니징하고 있는 디자인 유닛 역시 그래픽 디자인, 영상 편집 등에서 다양한 AI 툴을 활용하여 업무 시간을 줄여나가고 있다. 약 2년 전엔 이게 과연 어떻게 될까? 하던 기능들이 하나둘 씩 구현이 되고 있다. 그리고 그 퀄리티는 빠르게 올라가고 속도는 점차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회사에서 가장 빠르게 AI를 도입한 곳은 현지화 번역팀이다. 완벽하진 않지만 번역 품질이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면서, 일부 번역은 AI가 담당하게 되었다. 코스트 부분에서 많이 세이브가 되었다. 물론 문맥의 흐름을 파악하고 현지화에 적합한 단어와 표현을 선택하는 일은 여전히 전문가의 몫이다. AI가 옳고 그름을 스스로 판단하는 수준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기에, 프로젝트 매니저의 확인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만약 AI가 그 단계까지 발전한다면, 우리의 일은 또 어떻게 달라질까?
몇 주 전부터는 ‘나노 바나나(Nano Banana)’라는 툴을 집중적으로 실험해보고 있다. 최근 등장한 AI 중 이미지 편집 분야에서는 가장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는 것 같다. 팀원들과 함께 테스트해 본 결과, 이미지 수정에서는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결과물도 퀄리티가 높았다. 실제로 팀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툴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마케팅 UA 캠페인을 돌릴 때 이미지 배너 사이즈 베리에이션을 채널별로 많이 하는데 AI를 이때 제대로 활용해보고 싶어 나노 바나나를 테스트해보았다. 하지만 아직 이 친구는 교육이 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1200x1200의 이미지를 1200x1080로 줄여달라는 수정 요청을 했을 때 매우 엉뚱한 결과물을 가져온다.
어도비에서 이런 기능이 추가가 될 것이라고 올해 초 시연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언제쯤 나올까 궁금하다. 확실히 탑재가 된다면 어도비 주가는 다시 또 오르지 않을까.
실질적으로 2021년 즈음 이전 회사에서 AI 툴을 도입하여 UA 캠페인 이미지와 영상을 사이즈 베리에이션 하고 테스트해보는 TF 팀에 있었다. 이때 마케팅 부서에서 주관을 했고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마케터들이 디자이너들을 거치지 않고 직접 사이즈 리사이징과 같은 단순한 작업들을 해보고자 함이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현지화 작업을 하게 되면 텍스트가 늘어나게 된다. 특히 영어에서 태국어, 영어에서 인도네시아, 영어에서 크메르 언어에서 가장 많은 오류가 났다. 그리고 폰트에서도 오류가 났다. 이미 이 부분에서부터 다음 작업인 사이즈 베리에이션조차 어려웠다. 어떻게 보면 거의 4년 이상을 AI와 고군분투하고 있다.
아직까지 AI는 디자이너의 ‘대체자’라기보다는 ‘조력자’에 가깝다. 디자이너를 완전히 대신하려면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하지만 점차 발전하는 속도는 빨라지고 있어 여러모로 기대가 된다.
AI가 아직 대체할 수 없는 디자이너의 일
- 마케터들과 컨셉을 논의하고 방향성을 잡는다.
- 국가별 예산 집행에 따른 세부 전략을 결정한다.
- 의뢰 부서와 끊임없이 미팅하며 의견을 조율한다.
- 개발자로부터 원본 파일을 받아 세팅한다.
- 필요한 디자인 파일을 확인하고, 없을 경우 다시 요청한다.
- 내부·외부 클라이언트의 피드백을 받고 수정한다.
- 프로젝트 일정을 검토하고 조율한다.
결론적으로 위의 모든 사항이 사람이 시작하지 않으면 어떤 일도 시작할 수 없다.
AI로 인해 디자이너로서 기대할 수 있는 변화
- 디자인 소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한다.
- 상상하지 못했던 컨셉이나 아이디어를 변주해 볼 수 있다.
- 마케터들이 간단한 리사이징 같은 작업을 직접 시도할 수 있다.
- 마케팅과 디자인 사이의 물리적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그렇다면 AI로 인해 더욱 중요해진 사람과 그 역할은 무엇일까? 결국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사람, 큰 그림을 그리고 기획하고 수행하는 사람, 매니징 역할을 잘하는 사람, 예기치 않은 상황에 잘 대처하는 빠른 판단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매니저 레벨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 시대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AI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이 시대의 매니저들... 함께 힘을 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