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디자인 강의를 이어 나가다

태국과 한국에서 디자인 강의를 이어나가는 일상의 단편

by moontree

태국 방콕에서 살아가며 본업은 게임 마케팅 회사에서 디자인 유닛 매니저로 글로벌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 외 다양한 일들을 해오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강의이다. 태국 대학교의 디자인과에 출강을 나가기도 하고 한국 대학교의 디자인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강의를 하기도 한다. 태국으로 이민을 오기 전부터 한국의 디자인과에 종종 강의를 나갔었다.


늘 내 마음속에는 교수에 대한 꿈을 갖고 있다. 한국 대학원에서 광고홍보 브랜드 매니지먼트 전공을 할 때 지도 교수님께서 박사 과정을 제안하셨다. 이때 당시 내가 교수의 꿈이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 알고 계셨고 그래서 여러 가지 좋은 제안을 주셨다. 하지만 5년 동안 박사 생활을 하는 것보다 현업에서 일을 이어나가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서 조심스레 제안을 거절했었다. 만약 박사 과정을 이어갔다면 이미 졸업을 하고 내가 교수 생활을 하고 싶었던 학교, 학과에서 교수가 되었을 것이다. 아쉽긴 하지만 후회는 없다. 약 9년 사이에 태국과 한국 그리고 더 다양한 곳에서 많은 학생들을 만나고 나의 경험을 나누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어제저녁에는 업무를 마치고 한국의 한 대학교에서 온라인 강의를 했다. 디자인 특강이었는데 디자인과 학생 외에도 일어문학과, 영화연출학과, 문헌정보학과 등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함께 했다. 온라인 강의는 이제 너무나 익숙한 일상이 되었고 교수, 강사들 역시 이러한 상황이 더 이상 어색하진 않다. 나의 경우엔 시공간의 제약을 벗어나 한국의 학생들을 태국에서도 지속적으로 만날 수 있어 고마운 방식이기도 하다.

나는 일방적인 강의보다는 강의와 실습을 함께 진행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학생 때에도 일방적인 강의를 듣는 것보다 내가 무언가 집중을 해서 작업을 했던 시간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어제의 디자인 실습은 '케데헌'과 관련이 있었다. 케데헌이 너무 잘 되어서 이를 활용하여 디자인 강의를 하기에 정말 좋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감사한 케데헌! 디자인 과제는 '케데헌과 연관된 디자인 굿즈 상품 기획해 보기'였다. 약 50분 동안 학생들이 이 주제에 대해 아이데이션을 해보는 시간이었다.

짧은 시간에 학생들은 재밌는 아이디어를 다양하게 쏟아내었다. 특히 여러 학과의 학생들이 함께 했기 때문에 더욱더 풍성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었다. 케데헌의 인기 요소부터 한국인, 외국인들이 왜 케데헌을 좋아하는지 등등에 대한 요인도 자세히 분석을 했다.

특히 굿즈 디자인 아이디어를 전개시키는 과정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텍스트, 생각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AI툴을 직접 활용하여 디자인 목업까지 직접 만들어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이 좋았다. 오해 없이 명확한 아이디어로 서로 토론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바로 시중에 팔아도 될 만한 참신한 아이디어도 있었다. 어제 강의에서 나온 아이디어만 해도 케데헌 굿즈샵을 차릴 수 있을 정도로 재밌는 생각들이 뿜어져 나왔다. 나도 덩달아 신이 나서 도파민을 뿜뿜하며 신나게 강의를 했다.


케데헌의 인기로 재밌는 디자인 강의를 준비한 어제


내가 생각하는 좋은 강의는 학생들이 직접 본인의 아이디어를 뾰족하게 만들어보고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약 50분이라는 짧은 시간이라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다. 이렇게 생각을 발상해 낼 수 있는 잔근육을 계속해서 기르다 보면 큰 근육을 만드는데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에도 크고 작은 디자인 강의들이 예정되어 있다. 과연 다음엔 또 어떤 멋진 학생들을 만나게 될까? 다음 강의도 재미있게 잘 준비해 봐야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FFFFTFFFF ] 태국에서 기록하는 팀장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