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디자인 팀 리드로 일하는 방식에 대한 기록 (26)
#26. 태국 회사 생활에서의 첫 야근
2025년 7월에 저장을 해둔 글을 이제서야 꺼내어 본다.
태국에서 워크 퍼밋을 받고 일을 한지 어느새 6년이 되었다. 매년 갱신을 해야 하는 워크 퍼밋. 올해로 벌써 여섯 번째 업데이트를 했다. 그러고 보니 한국과 일본에서 일을 했을 때에는 야근을 진짜 밥 먹듯이 했는데 태국에 와서는 딱 한 번 야근을 했다. 도대체 왜 그랬나 가만히 생각을 해보자.
2011년부터 2018년 중순까지 한국, 일본에서 브랜드 디자이너와 기획자로 일했다. 그중 일본에서는 1년이었다. 이때 당시 한국에서의 디자이너는 야근이 당연시되는 굉장한 이상한 문화가 있었다. 그리고 야근 수당 같은 것도 없었다. 무언가 대단히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내내 끊이질 않았다. 생각해 보면 진짜 바빠서, 정말 급해서 야근을 했던 일은 100건 중 5건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윗 상사가 퇴근을 하지 않았거나 갑자기 윗 상사가 저녁을 먹고 가자고 하거나 클라이언트가 갑자기 퇴근 10분 전에 무리한 수정요청을 하거나 이런 식이었다. 5년 차 정도가 되었을 때부터는 슬슬 이런 환경에 진절머리가 났고 내 할 일이 끝나면 조용히 퇴근을 했다. 그리고 퇴근 후 내 삶을 가졌다. 이게 맞았다.
일본도 야근이 끊이질 않았고 한국과 비슷했다. 어쩌면 한국보다 더 폐쇄적이었다. 답답하다는 말 밖에... 외국인으로서 일 하며 또다시 회의감이 밀려왔었다.
그러다 오늘(2025년 7월 어느날) 태국에서 처음으로 야근을 했다. 태국에 와서는 디자인 매니저로 일을 하고 있고 나와 내 팀원들은 절대 야근을 하지 않는 것을 목표로 지내왔는데 그게 좀 무너진 것 같아 괴로웠다. 하지만 이벤트 일정 상 꼭 해야 하는 일이었고 팀원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그리고 팀원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골라 주문을 하여 오피스 테이블에 둘러앉아 저녁을 먹었다. 그런데 문득 예전 한국, 일본에서 야근했던 그 기분, 상황, 느낌 등등의 모든 기억이 한꺼번에 다 떠올랐다. 정말 온몸에 소름이 돋았고 기분이 너무 좋지 않았다. 최대한 빠르게 일을 잘 마무리하고 팀원들과 다 같이 퇴근을 했었다. 그다음 날 바로 모두 오티를 신청해서 야근 수당을 받고 마무리가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12월이 되었다. 이후에도 많은 프로젝트들로 정신없이 흘러왔다. 그동안 다행히 야근은 없었다. 내가 해야 할 일을 해야 해서 더 일을 하거나 팀원들 각자가 자발적으로 해야 할 일을 해야 해서 퇴근이 좀 늦어진 경우는 있었지만 공식적인 야근은 없었다.
내 시간이 중요하면 다른 사람의 시간은 더욱더 소중하다. 그리고 퇴근 이후의 삶이 다시 또 출근을 할 수 있게 한다는 중요한 사실을 모두 잊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