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기간 10일 차의 태국 방콕의 모습
태국 정부는 2025년 10월 24일 시리킷 왕대비 서거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한국 출장을 마치고 태국으로 돌아오기 이틀 전에 들려온 소식이었다. 비록 나는 한국인이지만 가족, 친구들, 동료들 모두가 태국인이기에 마음이 좋지 않았다. 더불어 내가 태국에서 일하고 있는 회사는 게임, 콘텐츠 마케팅 회사이기 때문에 이런 큰일이 생기면 모든 캠페인과 일정은 변경이 된다. 무거운 마음으로 방콕으로 돌아왔고 지난주 내내 이런저런 일들로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태국 정부에서는 아래와 같은 지침을 공식적으로 보도했고 국민들에게 이를 지켜주길 당부했다.
1. 태국의 모든 정부 기관, 국영기업 및 교육기관은 2025년 1월 25일부터 30일 동안 국기를 반기로 게양해야 합니다. 이는 국가적 애도를 표하는 공식적인 조치입니다.
2. 공무원, 정부 관료는 2025년 10월 25일부터 1년간 공식적인 애도 기간을 갖습니다.
3. 일반 대중은 90일 동안 검은색 옷을 입어 애도의 뜻을 표하는 것이 권고됩니다.
4. 유흥업소 및 기타 서비스 시설은 30일 동안 유흥활동을 자제하거나 줄여야 합니다.
우선 집에 있는 모든 검은색 옷을 꺼내어 보았다. 태국에서 검은색 옷을 입는 일은 장례식이나 공식적인 행사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었다. 더불어 나는 비비드한 색상의 옷을 주로 입기에 검은색 옷이 적었다. 그래도 어떻게 조합을 해보니 일주일 분량의 출근 복장을 준비할 수 있었다. 매일 아침 예의를 다해 옷을 입고 집을 나서고 있다. 이 나라의 구성원으로서 예의와 진심을 표하는 것과 동시에 이 나라에 속하는 일이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방콕의 지상철, 지하철, 회사, 쇼핑몰, 미술관 등등 온 거리의 많은 사람들이 검은색 옷을 입고 다니고 있다. 형형색색의 옷을 입은 사람은 외국인, 관광객뿐이다. 화려한 색상을 선호하는 태국인들이 이렇게 한 마음으로 검은색 옷을 입는 모습을 보니 그 진심이 느껴져 더욱더 숙연해진다.
그리고 태국의 모든 브랜드의 공식 채널은 흑백으로 바뀌었다. 페북, 인스타, 라인 등등 채널의 모든 프로필 사진은 흑백이 되었고 서로서로 조심조심하는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자극적인 타이틀과 시각물들을 최대한 줄이고 있는데 이런 디렉션은 태국에서 처음이라 어색한 마음이 내내 드는 게 사실이다. 검은색 세상에 알록달록한 색상이 조금이라도 묻을까 봐 주변을 계속 살피게 된다.
더불어 대대적인 할로윈 마케팅도 동시에 진행이 되었다. 마케팅 플랜에 맞춰 진행하는 캠페인 디자인의 경우 시시각각 업데이트 되는 모든 이벤트들보다 앞서 걸어가야 한다. 좋은 점은 지루할 틈이 없다는 것인데 벌써 할로윈 이벤트 시점이 왔다니 또 한 해를 마무리할 때가 된 것이다.
무튼, 시리킷 왕대비 모습과 할로윈 오브제들이 내내 오버랩되는 이상한 날들이 지나가고 있는 태국 방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