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잔

by 무 식

챙챙 거리는 잔 하울링을 뒤로 한 채로 빈 잔에 잔을 따라본다. 아버지에 탕탕 내려놓은 술병소리는 텅 빈 거실에 울려 퍼졌고, 아무 의미 없이 웅얼거리는 TV소리가 말동무를 해준다.


잔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잔은 마를 틈이 없었고, 아빠옆엔 이제 의미 없어진 빈병들이 하나, 둘씩 늘어난다. 소주를 따라드리겠다고 하면 혼자 마시면 된다는 뿌리치는 손을 보고선, 그동안 혼자 빈 잔을 채우고 주무셨는지, 소주잔을 내려놓는 소리는 왜 이리 컸던 건지, 그렇게 계속 쓰디쓴 소주를 비워냈던 건지.

나도 술을 먹는 나이가 되었다. 이제는 같이 잔을 부딪혀서 다행이다.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