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즈음인가 아파트에서 대대적인 조경관리에 들어갔다. 계절마다 예쁘게 피고 지던 꽃과 나무들을 본 지, 벌써 십년이 넘었다.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그러고보니 이 녀석들 참 많이도 자라고 울창해졌다. 우리 아파트 옆에 또다시 들어선 대형 아파트에 입주민이 들어오기 시작했으니, 세월은 흐르고 많은 것들이 변하고 있었다. 나도 모르는새 나의 많은 것들도 그렇게 변화되었을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살짝 가라앉는다.
일주일 넘게 나무 베는 소리로 오전 내내 윙윙 되는 굉음이 들려왔다. 20층에서 이렇게 들릴 정도면 아래층 사람들에게는 꽤나 큰 소음이겠다. 잘린 나뭇가지가 얼마나 많은지 한번에 치우지 못한 나뭇가지들이 길 한편에 아슬아슬하게 쌓여져 있었다. 지나가던 아이들이 다치지는 않을까 염려될 만큼 가지는 까칠하고 삐죽하다.
굉음과 가지에 신경쓰느라 잘린 나무는 보지 못한채 어느정도 시간이 흐른 뒤, 집에 오는 길 아무 생각없이 올려다본 나는 깜짝 놀랐다.
나무는 다듬었다고 하기앤 놀랄만큼 잘려져 아주 심플한 기둥 그 자체로 보였다. 울창했던 나무들의 가지가 거의다 잘려져 나무라는 존재를 인식할만큼의 가지만 남아있었다. 저렇게 잘려지고도 나무가 살아있을 수 있는 것인가? 과연 저렇게 덩그러니 남은 나뭇가지에 싹이 돛고 잎이 날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집에 들어온게 몇 주 되지 않은 듯한데, 오늘 다시 한 번 나무를 보고 더 놀랐다. 나무에는 파릇파릇 잎파리가 나오고 있었다. 심플하게 잘린 나무지만 건강해 보이고, 싱그럽기까지 했다.
아.... 과감하게 버린만큼, 새로운 것들이 잘 보이는구나.
내가 그동안 과감하게 버리지 못하고, 지지부진하던 것들 때문에 새로운 것들을 제대로 시작하지 못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나무를 보면서 문득 나를 생각한다.
하지 않을 거라면 미련을 갖지 말아야 새로운 길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버릴 수 있어야 채울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 제대로 버리지 못하고 살고 있었음을 다시금 깨닫는다.
과감하게 버리자. 버린 공간에 새로운 것이 들어오고, 그 새로움을 따라가다 보면 또다른 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