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의대생 무씨 Jul 20. 2020

내 꿈은 돈 많은 백수

[07/18] 의대생의 재테크 공부 다짐(下)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선택을 하기 위해서 우리에게는 돈이 필요하다            

                                                                                               -의대생의 재테크 공부 다짐(上) 편 중


돈을 어떻게 벌어야 할까?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은 이상 직업을 가지고 일을 해야지'라고 대개 답할 텐데, 일을 찾는 문제를 우선 제쳐놓더라도, 목표한 돈을 벌려면 일을 '아주많이 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일 외적으로 보낼 시간은 줄어들 것이다. 물론 어느 정도의 희생은 필수 불가결한 것이라 지적할 것이고 그 당시 나에게도 이건 큰 문제가 아니었다.


그래서 발품을 팔아 학생들을 가르치는 아르바이트를 빠르게 구할 수 있었고, 의대에 입학하기도 전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이때는 내 남는 시간을 줄이는데 어려움이 없었는데, 학기 중에는 유급을 면하고 가능하면 성적 장학금을 받기 위해 공부에 쏟을 시간을 더 확보하려 하니 쉽지만은 않았다. 운 좋게도 장학금을 받아 학비 문제를 해결하고 아르바이트로 생활비에 여행비용까지도 충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 통장에 들어오는 돈만큼 줄어드는 나의 시간을 보면서 돈과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삶에 대한 고민을 다시 시작했고 나름 두 가지 대책을 찾을 수 있었다. 


첫 번째는 근본적으로 내 일의 시급을 높이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성이 필요할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대학을 가거나 관련 경험치를 누적시키는 등 그만큼의 시간 투자가 필요하다. 내가 매년 서울대 의대생의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고 뻥튀기하지 않는 이상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고, 경험치가 쌓인다고 해서 시급이 극적으로 올라갈 가능성은 희박하다. 내가 의사 면허를 딴 후에도 페이 닥터가 된다면 내 시급은 고정적일 것이다.


여기서 내가 주목한 두 번째 대책은 바로 일을 해서 돈을 버는 것이 아닌 돈이 돈을 벌게 하는 것이다. 즉, 돈을 벌기 위해서는 '직업을 가지고 일을 해야지'라는 고정된 프레임을 버리고 패러다임을 전환해 보자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돈이 돈을 벌게 할까? 이것이 내가 재테크를 공부하기로 결심한 이유이다.


재테크는 40-50대부터 시작하는 은퇴 플랜이 아니다. 재테크는 기업 또는 개인이 보유 자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하여 최대 이익을 창출하는 방법으로 안전한 예금, 적금에서부터 증권사의 CMA-RP 계좌, 흔히들 재테크하면 떠올리는 주식, 부동산, 경매 등의 금융활동을 모두 아우르는 용어이다. 


내가 재테크를 공부하기로 결심하고 바로 작성한 것은 나의 자산현황표와 수입/지출 흐름도이다. 소극적이지만 가장 확실하게 돈을 지켜내는 방법이 지출을 관리하여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구글에 조금만 검색을 해봐도 정말 다양한 양식의 엑셀 표를 볼 수 있으니 처음 도전할 때에는 이를 참고해서 점차 자신의 상황에 맞게 변형해 사용하기를 추천한다. 나는 자산현황표는 고정 저축/예금/투자로 나누어 각각에 맞는 통장을 분리했고, 수입/지출 흐름도는 스마트폰의 가계부 앱과 연동하여 이를 내 필요에 맞게 엑셀의 표와 그래프로 변환하였다. 연간 수입/지출을 파악하면 내 자산목표를 설정하여 이에 맞는 금융상품을 찾는데 큰 도움을 준다.


그다음으로는 세운 자산목표에 맞는 금융상품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생활비나 수입 입출금 통장은 이체수수료가 없는 통장으로 찾았고, 저금리 시대라지만 조금이라도 높은 금리를 찾아 적금과 주택청약을 들었다. 일반적으로 은행 금리보다는 높은 증권사에서 제공하는 고정된 금리의 CMA-RP 계좌도 알게 되었다. 


주식, 부동산, 경매의 활동적 투자에 대해서는 멋모르고 섣부르게 하기보다는 꾸준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다. 얕은 지식으로 운에 거는 투자는 장기적으로 본전도 못 찾을 수 있는 투기 행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아무리 지식을 많이 안다고 한들 이러한 투자에는 리스크가 따른다. 그렇기에 본인의 성향과 자산목표에 따른 수익-리스크 부담을 설정하여 이에 맞는 투자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내 저축액의 일부를 꾸준히 투자액으로 모아두어 이제 조금씩 투자를 시작하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이 된 것은 아니다. 나는 금융 관련 교육은 당연히 받아본 적이 없고 그나마 비슷한 사회 수업도 중학교 때가 끝이었다. 재테크 공부의 진입 장벽이 높게 느껴지는 이유는 스스로 그 필요성을 깨닫기 전까지 아무도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고 그 필요성을 깨달은 후에도 따분하고 딱딱한 공부 역시 온전히 본인의 몫이다. 나도 딱딱한 재테크 책보다는 훅훅 넘어가는 웹툰이 보고 싶고, 재테크 영상을 보다가 어느샌가 너튜브의 알고리즘에 빠져들어 가고는 한다. 그리고 공부해도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경제의 흐름과 그에 발맞추지 못하는 생초보인 나의 작은 발디딤에 좌절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의 자산현황표를 만들고 금융 상품을 선택하며 이 과정에서 이전보다 훨씬 더 주체적인 경제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앞으로도 이러한 작은 발디딤을 해나가고 그 기록을 남기고자 한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돈이 좋아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