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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의대생 무씨 Jul 20. 2020

나는 돈이 좋아요

[07/17] 의대생의 재테크 공부 다짐(上)

나는 돈이 좋아요. 
-의대생 Moo 씨

이 말을 하면 역시 돈 벌려고 의대 갔구나 이 속물 무씨 같으니 라는 생각이 들지 모르겠다. 의대를 택해 무씨의 길로 접어든 계기는 다음에 자세히 써볼 생각이니 잠시 미뤄두고, 분명한 것은 우리 사회에서 돈에 관해서만큼은 의사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체감상 노동의 대가로 보수를 받는 직종 중 가장 '속물'로 취급받는 직종인 것 같기도 하다. 의대에 들어와 실태를 알기 전 나 역시도 그랬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의대 내에서도 돈벌이에 대한 얘기는 굉장히 쉬쉬하는 분위기이다. 그럼에도 내가 무갈이가 될 각오를 하고 이 민감한 소재인 '돈'에 대해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우리는 돈에 대해 너무나도 무지하기 때문이다.


요즘에 대학생에게 장래희망을 물어보면 '돈 많은 백수'가 꿈이라고 웃으며(혹은 한숨을 내쉬며) 답할 것이다. 나는 돈 많은 백수가 행복할지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입장이지만, 아무튼 '돈 많은 백수'로 표현하고자 한 것이 돈과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삶이라면 공감할 만하지 않는가? 그만큼 돈은 인생에 있어 중요한 가치임에도 한국 사회는 돈에 대해서는 굉장히 보수적이고 부정적인 시각이 강하다. 돈을 잘 벌기를 원하면서도 돈을 '좋아한다'라고 말하기를 꺼려한다. 학교에서부터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인 사랑, 행복, 자아실현 등이 더 중요하다고 교육받은 영향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은 사실은,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들을 지켜내는데 돈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즉,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선택을 하기 위해서 우리에게는 돈이 필요하다.


나에게 이 깨달음을 준 것은 부모님의 이혼이었다. 내 아버지는 잦은 음주와 외도로 갓 초등학교를 입학한 내가 보기에도 비상식적인 행위를 일삼으며 이에 대해 어머니와의 싸움이 잦아졌다. 어머니는 나와 오빠가 충격을 받지 않도록 이혼 전후로 많은 얘기를 나누며 우리의 의견을 구하셨다. 초등학생이었던 우리 둘이 이혼을 망설이게 한 가장 큰 이유였지만, 동시에 이런 환경에서 우리를 자라게 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결심을 서게 한 이유였다고 밝히시면서 빠듯해도 셋이 먹고살 만큼은 벌 수 있으니 셋이서 살지 않겠냐고 물으셨다. 그리고 이로부터 13년이 지난 지금, 우리 셋은 투닥거려도 서로를 누구보다 아끼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우리 세 가족의 행복에 어머니의 경제력은 무시할 수 없는 요소였다. 이혼 후 소식이 끊긴 것은 우리에겐 참 감사한 일이었지만, 위자료마저 제때 지급하지 않는 무책임한 모습으로 끝까지 어머니를 힘들게 했다. 어머니는 우리가 행여라도 걱정을 할까 이에 대해 말하지 않으셨고, 나 역시도 어머니에게 학교 친구가 받는 중국어 과외나 플루트 레슨을 받아보고 싶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중학생 때 도서관에서 집어 든 책은 나에게 목표를 하나 심어주었다. 제목조차 기억이 안 나는데, 똑똑히 기억나는 내용은 한국 학생들은 대학에 가서도 부모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반면, 외국의  성공한 사람들의 사례를 보면 고등학생 때부터 신문 돌리기 등의 아르바이트하며 대학생 때는 진정한 독립을 이룬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다. 이것을 접하고 무릎을 탁 치며 나는 대학생 때부터는 엄마에게 단 한 푼의 경제적 도움을 받지 않고 나 스스로 원하는 것을 하며 살겠다 고 다짐했다.


이상 성공한 Moo 씨의 어릴 적이었습니다-로 마무리되면 참 아름다울 텐데, 현실은 중학생 Moo 씨의 생각만큼 녹록지 않았다. 아뿔싸, 내가 원한 의사의 길을 가려면 4년도 아니고 6년이라는 기간을 꼬박꼬박 학과 중 가장 높기로 악명 높은 의대 학비를 바쳐야 한다는 것이다. 입시를 앞두고 나를 딸처럼 아껴주셨던 담임 선생님도 조심스럽게 학비가 덜 드는 다른 학과를 지원하기를 권유하셨다. 하지만 이건 내가 이후에도 취미로 배울 수 있는 중국어나 플루트 레슨이 아니었고 내 꿈이 걸린 문제였다. 나는 물러설 수 없었고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 돈을 버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나는 돈이 좋아요'라는 세 마디에 담긴 나의 사연이다. 이건 내가 오늘 하고자 하는 얘기의 서막에 불과하지만, 돈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조금이라도 버리고 최소한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선택을 하기 위해서 우리에게는 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의대생의 재테크 공부 다짐(下)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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