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건 절대 없어

그래서 우리가 슬프잖아

by 무원

근데 그거 알아? 영원한 건 절대 없다지만 그 순간은 영원하다는 거

이 행복이 길지 않다고 너무 오래 슬퍼하지는 말자

슬퍼할 시간에 더 오래오래 그 시간에 충실하자


지금 이 글은 외할머니 댁에 두고 온 강아지 3마리가 그리워져서 쓴다.

내 팔 한 뼘보다 작던 아기 강아지들이 5개월 만에 무럭무럭 자라서

똥꼬발랄(똥꼬발랄보다 더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한 청소년 강아지가 되었다

작고 동글동글하던 입은 금세 길쭉길쭉한 모양이 되었고

갓 구운 빵처럼 뽀얀 얼굴은 그새 얼룩덜룩한 여러 색이 되어있었다


나는 왜 슬픈가

나는 왜 그 작은 생명체들에게 사랑을 주었나

나는 왜 그 짧은 시간 동안 그들을 사랑했나

나는 그 생명체들을 거둬들일 수도

그들의 영원을 책임질 수도 없는 작은 존재인데

왜 이리도 그리워하고 슬퍼하는가


이름을 불러주면 엉덩이를 꿍실꿍실하며 달려오는 그 아가들의 보드라운 꼬리 털이 만지고 싶어서

간식 기다리던 아가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눈에 넣고 싶어서


사람 없는 집이니 혹여 길가에서 달리는 차에 치이지는 않을까

나쁜 개장수에게 끌려가진 않을까

추워지는 겨울에 얼어 죽진 않을까

밥이 모자라 배고파 울며 잠들진 않을까


한없이 작고 작은 나의 마음

그 아가들이 눈에 밟혀 내내 생각나고 그립다

마치 이 세상에 벌써 없는 존재들처럼

다시는 영영 못 볼 것 같은 생명체를 그리워하는 것처럼

'정 주지 말 걸 예뻐하지 말 걸' 하다가도

'행복한 그 시간들은 영원하니까'라고 생각하며

사진첩의 귀여운 털뭉치들을 넘겨본다.


누구보다 욕심 많고 다리가 길쭉하고 이마에 주름이 진하게 들었지만 자기 이름을 아는 똑똑한 오일이

멍청하게 생겨서는 몇 번이고 불러도 몇 번이고 나에게 달려와 주는 반달 가슴곰마냥 가슴에 표시가 있는 초코

엉덩이에 하얀 하트 털이 귀엽게 복실복실. 짧은 다리에 귀여운 귀 모양을 가진 사고뭉치 똥뭉치 뭉치까지


나는 이 아이들을 사랑하지 않는 방법을 모른다

내가 책임져줄 수 없는 아이들이라 미안하고 또 미안하고

귀여운 마음과 안타까운 마음, 보고 싶은 마음이 공존한다.


여태 나를 지나간 작은 털 뭉치들을 떠올린다

부족함 뿐이었던 어린 내가 그 아이들을 위해 뭘 해줄 수 있었을까

못되게 굴었던 것도 더 예뻐해 주지 못한 것도 그저 미안해


강아지 별에서는 부디 기필코 행복하길

나를 미워하는 시간은 조금만 쓰고

스스로 더 행복할 수 있는 시간만 누리길


사랑했던 나의 작은 털북숭이들에게 이 글을 바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의성어 의태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