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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 Feb 08. 2020

작은 습관 만들기 7일 차

3분 만에 할 수 있는 작은 목표 3개가 준 변화

포부로 가득 찬 새해 다짐. 그리고 그 결과는..


2020년 새 해를 맞아 습관 달력을 샀다. 올 해에도 어김없이 이루고 싶은 것이 참 많았다. 습관 달력 한 장에는 서른다섯 칸이 있고, 목표를 달성한 날에는 웃는 얼굴의 스티커를, 그렇지 못한 날에는 시무룩한 얼굴의 스티커를 붙인다.


'올해는 이루고 싶은 것들'의 긴 목록에서 세 개를 추렸다.

1. 일주일에 세 번 운동하기 (요가, 달리기, 홈트 등)

2. 매일 책 읽고 기록하기

3. 아침 9시까지 출근하기


일주일에 세 번이니, 첫 4일은 '내일은 꼭 운동을 해야지, 아직은 실패한 게 아니야' 생각만 하다가, 5일 차부터는 힘이 빠져서 정말 단 한 번도 운동을 못하고 목표 달성 실패.

첫날 책 한 권을 거의 다 읽고 기록하고 뿌듯함도 잠시, 다음날은 조금 읽었지만 기록을 안 하고, 셋째 날부터는.. 책을 의식적으로 더 많이 읽으려고는 했지만 하루가 왜 이렇게 빨리 가는지.. 역시나 목표 달성 실패.

9시까지 출근도 초반 몇 번은 성공했지만 매일 다른 이유를 들어가며 출근이 늦어졌고, 급기야는 그 목표 때문에 출근이 하기 싫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습관 달력은 점점 눈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이동했고, 반 의식적으로 이것들을 없는 취급하기 시작했다.


원대한 포부를 갖고 산 오롤리데이의 35일 목표 달력과 못난이 스티커. 미안하다..




작은 목표는 이루기 쉽다


그렇게 달성하지 못한 목표 때문에 더 무기력해지던 무렵, 서점에 갔는데 작은 습관에 관한 책들이 눈에 띄었다. 한 저자는 총 9분 5초가 걸리는 세 가지 목표를 정하고 실행한 것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고 했다. 다른 책에서는 한 실험에서 참가자들에게 여러 난이도의 과제를 주고, 달성률을 살펴보았더니 쉬운 과제는 많은 사람들이 쉽게 달성할 수 있었다고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물 한 모금 마시기'라는 과제가 '아침에 일어나서 물 마시고, 30분 요가하기' 보다 달성 확률이 높았다는 말이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나의 원대한 목표들이 생각나 아차 싶었다.


실패한 나의 목표들은 지나치게 거창해서 시작이 어려웠다. 게다가 모호해서 빠져나갈 구멍이 있었다. (책을 얼마큼 읽고 뭘 기록하라는 건지?)


곧바로 집에 와서, 습관 달력 세 장을 꺼내 이렇게 적었다.

1. 매일 책 5쪽 읽기

2. 매일 두 문장 쓰기

3. 매일 벽 스쿼트 5회


아무리 바쁜 하루라도 마음만 먹으면 5분 안에 끝내버릴 수 있는 사소한 목표들을 정한 것이다. 내 의지가 아무리 박약하다지만 이 조차도 못하면, 난 정말 인간도 아니다!라는 기분이 들 정도의 사소한 것들. 이렇게 목표를 바꾼 결과, 작심 3일은커녕 1일도 못하는 슈퍼 의지박약의 내가 7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이 세 가지를 매일 성취했다! ('성취'라고 하기엔 너무 작은 목표지만, 습관 달력에 뿌듯하게 웃고 있는 스티커를 붙일 때 작은 성취감을 느낀다. 그것도 하루에 세 번이나!)



작은 목표의 실행이 가져온 변화


그리고 이 사소한 목표는 꽤나 큰 변화를 가져왔다.


책 다섯 쪽은 어디서든 읽을 수 있으니, 가방에 늘 책을 가지고 다니며 버스로 10분 걸리는 출퇴근길에서도 책을 읽기 시작했다. 집에 와서 침대에서 뒹굴거리다가도 아차, 하고 책을 펼쳤다. 그리고 다섯 쪽에서 멈추지 않았다. 사실 책을 펼치는 게 제일 힘들지, 한 번 흐름을 타게 되면 수십 페이지를 훌쩍 읽게 된다. 공부해야지 생각만 하던 분야의 책들을 하나씩 읽기 시작했고, 많은 정보와 깨달음을 얻고 있다. 책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기고, 줄 치고 메모하며 읽는 즐거움을 잊고 있었다니!


두 문장 쓰기는 '올해 안에, 책 한 권 쓰기'라는 원대한 목표를 떠올리며 정한 작은 목표다. 글 쓰는 걸 좋아하고, 많이 생각을 하지만 실제로 많이 쓰지는 못한다. 머릿속에 있던 멋진 생각들을 막상 글로 쓰기 시작하면 어설프고 매끄럽지 않은 문장으로 실체화되는 과정이 즐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디 올리는 것도 아니고 딱 두 문장이니, 글을 쓰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자기 전이나, 생각이 많은 시간에 메모장을 켜고 그날의 감정, 생각, 고민 등을 적기 시작하고 역시 두 문장이 아닌 긴 글을 쓰게 됐다. 오늘의 '두 문장 쓰기'는 브런치에 올리는 이 글이다.


벽에 아주 가깝게 서서 머리 위로 깍지를 끼고 하는 벽스쿼트는 제대로 하면 꽤나 힘들다. 하지만 50회도 아닌 5회인 이상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빨리 대충 끝내야지 싶다가도, 일단 시작하면 고작 다섯 번인데 제대로 해야지라는 생각이 든다. 5번째에는 좀 버티다가 일어나기도 하고. 그래서 이걸로는 어떤 변화가 있었냐고?


벽스쿼트 35번 했다고 힙업이 되거나 살이 빠진 건 아니다. 몸에 아무런 변화는 없지만, 운동 감각이 조금씩 깨어나고 있음을 느낀다. 아침에 일어나면 스트레칭이 하고 싶고, 하루 중에는 괜히 자세에 더 신경 쓰고 목이라도 한 번 더 돌리게 된다. 자기 전에는 폼롤러라도 몇 번 굴리고.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니 물건을 치우고 설거지를 하는 소일거리들도 덜 귀찮게 느껴진다. 그리고 오래 쉬었던 '땀 흘리는' 운동이 하고 싶어 져서 몸이 근질거리기 시작했다. 


두 번째 목표: 매일 두 문장 쓰기



작은 성취감이 주는 커다란 선물


5분도 걸리지 않는 목표의 달성으로 얻은 작은 성취감은 나에게 예상치 못했던 선물을 줬다. 늘 이루고 싶었지만 한 번도 끈질기게 이룬 적 없던 목표들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는 기분과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 매일의 작은 변화가 큰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몸소 느낀 한 주였다. 


한 행동이 3주가 되면 익숙하게 느껴지고, 66일이 되면 습관이 된다고 했던가. 습관 달력 두 장을 무사히 채우게 되면, '작은 습관 만들기 70일 차'로 글을 또 써야겠다.



*작은 습관의 여정에 함께하고 싶은 분들이 있을까 해서, 링크를 공유합니다. 습관 달력 / 못난이 스티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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