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아마 초등학생 무렵이었을 것이다.
어른들은 내게 언제나 성실하라고 했다. 무엇이든 열심히 해야 한다고, 그래야만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 거대한 삶의 대전제에 부합하지 못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을 안고 살아왔다.
어른이 된 지금, 나는 과연 그 대가를 치르고 있는 걸까?
지금의 하루와 20대 초반의 하루는 사뭇 다르다.
그때는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됐다. 나의 삶을 온전히 내 뜻대로 결정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들이 하루를 빼곡히 채운다. 정신을 차려 보면 어느새 잠자리에 들어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생각한다.
내가 아프지 않고 건강해야 하는 이유는 가족이다.
무섭고 떨린다. 없던 책임감이 생겼다.
예전보다 하루는 더 바빠졌고, 책임감의 무게는 더욱 무거워졌다. 생존에 대한 두려움도 커졌다. 과거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강도의 노동을 매일 감당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불행한 걸까?
이것이 성실하라는 명령에 불복종한 결과일까?
말하지 않은 것이 있다.
20대 초반의 나는 자유롭게 살았지만, 사실 늘 불안했다.
당장 내일 무엇을 해야 할지, 오늘의 선택이 좋은 선택인지 알 수 없었다. 목적지를 잃은 배처럼 거대한 바다 위를 표류하는 기분이었다.
끝없는 비교 속에서 나는 가장 작고 의미 없는 존재처럼 느껴졌다.
그럼에도 시간은 흘렀고, 나는 어떻게든 여기까지 왔다.
그리고 지금, 나의 하루는 예전과는 다르게 쉼 없이 일하고, 새로운 차원의 두려움 속에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마치 닮은 듯 닮지 않았다.
불안과 외로움의 심연을 겪어야 했던 그때의 나와
생존에 쫓겨 쉼 없이 일하는 지금의 나는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