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출근길에 팟캐스트를 통해 뉴스를 듣습니다. 차 안에서 15분, 20분 정도 운전하면서 이런저런 소식을 들으면 내 삶이 조금은 더 여유 있게 느껴지기도 해요. 제가 듣는 CBC 뉴스는 짧게 전 세계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요약해서 들려주는데 요새는 한국 얘기가 자주 들리네요. 어안이 벙벙해지고 어질어질한 내용뿐이더군요.
거대하고 어지러운 소용돌이 속에서도 지금 내게 당장 중요한 것은 매달 나오는 청구서랍니다. 그게 그렇게 무섭더군요.
이런 생각을 가끔 해요. 사실 거의 매일 해요. 내가 이런 시시한 일이나 하려고 태어난 걸까. 새벽에 일어나서 글 쓰는 이 와중에 그다지 힘이 나는 주제는 아니겠지만 어쩌겠어요 진짜로 그렇게 생각되는 것을.
굳이 말해서 삶에 고비가 있었다면 몇 번 정도 있었던 것 같아요. 정체되어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느낌.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아 답답한 마음. 무엇보다도 남들과 비교해서 불안했던 시간들이겠죠. 그 시간이 내게 다시 찾아왔나 봅니다.
청소년기에는 어려서, 경험이 없어서 힘들었죠. 청년기에도 사실 마찬가지로 어리고 경험이 없어서 힘들었어요. 그렇다면 지금은 조금 나아졌을까요. 그렇지 않네요. 오히려 무뎌져서 뒤늦게 찾아오는 뭉쳐진 감정에 치명타를 맞게 되기 일쑤예요.
계절이 바뀌는 요새 아침에 밖에 나가보면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하늘을 볼 수가 있어요. 캘거리 하늘은 높고 넓어서 더 극적으로 느껴져요. 가끔은 가만히 앉아서 태양의 각도에 따라, 구름의 형태에 따라 변하는 하늘의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는 충동이 들어요. 애들 어느 정도 클 때까지는 그런 여유 없겠지만 말이죠. 그래서 더 그런 마음이 드나 봐요.
급변하는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도 나는 우리 가족의 당장 먹거리가 가장 중요하고 지금 닥친 현실이 가장 중요해요. 어려운 마음을 감내할 수 있는 이유는 매일 아침 새롭게 다가오는 하늘의 풍경과 출근길 15분의 여유 때문이겠죠. 저는 오늘도 아침에 일어나서 일하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