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반에 간다네

by 망둥이

아침마다 첫째 딸아이를 데이케어에 차로 등원시킬 때 동요를 들려주곤 합니다.

플레이 리스트를 듣다 보면 우리나라 동요의 다양성에 놀라곤 해요. 매일 듣는데도 늘 새로운 곡이 나오니깐요.

개중에 이런 곡이 있어요.

"형님반에 간다네"

내용이 독특해서 들을 때마다 속으로 재미있는 노래구나 생각하게 되는 곡이에요.

바로 이런 가사죠.


내가 처음 토끼반 들어왔을 때에는 나는 아직 어리고 모르는 것 많았네
이젠 한살 더 먹어서 몸도 많이 자라고 생각들도 자라서 형님반에 간다네
불럭놀이 소꿉놀이 정말 재미있었지 친구들과 함께 재미있게 놀았지
이젠 형님반이 되어 모두 헤어지지만 밝은 웃음 지으며 안녕한다네


어린 시절에는 다음 학년으로 올라간다는 게 대단한 일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 같아요.

기억력이 일반인 평균 이하인 저에게도 잊히지 않는 어린 시절 기억이 몇 가지 있어요.

그중 하나가 바로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된 시기의 감정이죠.


환경의 변화에 민감했던 걸까요.

아님 초등학생이라는 거대한 타이틀에 압도되었던 걸까요.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 일련의 과정은 저에게 처음으로 이질감이란 감정을 갖게 한 것 같아요.

엄청 어른 같은 형들이 있었던 학년으로 넘어간다는 사실이 조금은 이상하게 생각되었어요.

한 게 없는데 나보고 이제 초등학생이라고 하는 것도 의아하고.

약간 좋으면서도 마음 한편에 남아 있는 찝찝함이랄까.




얼마 전에 sns인가 어디서 본 내용 중에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들이 한동안 돌아다닌 적이 있었어요.

여차저차 결론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예측 가능한 일상에 익숙해지고, 새로운 경험을 접하는 경험의 횟수가 줄어들면서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낀다고 하네요.


이제는 생일을 맞아 한 살 더 먹는다고 예전과 같은 변화에 대한 이질감은 없어요. 뭐 당연하지만 말이죠.

근데 저는 이게 왜 당연하다고 생각될까요.

위에 얘기처럼 예전에 비해서 새로운 경험을 접하는 빈도가 줄었기 때문일까요.


첫째 딸아이에게 있어 데이케어 입학이 어떤 규모의 경험으로 다가왔을지 상상이 되지 않아요.

나에게는 일상적이고 매우 뻔하게 예측 가능한 오늘의 하루가 아이에게는 새로움이자 이질감이자 혁명이겠죠.

마찬가지로 지겹고 지루할게 뻔한 내일이라는 시간도 아이에게는 혹은 누군가에게는 기다림이고 감사함일 수 있겠죠.


매일 반복적으로, 습관적으로 아이를 위해 틀어주는 동요를 들으면서 내 모습을 돌아봅니다.

무뎌져서 이제는 기대하지 않는 나의 모습을 돌아봅니다.

매일을 새로운 마음으로 기대하고 순간을 목숨처럼 여기는 첫째 딸아이의 순수함을 보며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을 바라봅니다.


P1040168.jpg 딸아이의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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