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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휴 Nov 03. 2021

PMO를 하며 배운 것들(3)

역량갭 메꾸기 

프로젝트 환경이 구성되고 난 후 초반 몇 주는 고객사 T/F 멤버들과의 상견례로 부터 시작해서 '회의 또 회의'의 연속이었다. 파트 별로 고객사 담당자(counterpart)를 찾아서 파트 별 회의가 돌아갈 수 있게끔 하고, 모든 파트 별 첫 회의는 따라 들어가서 논의된 내용을 파악하여 PM에게 공유하는 것도 내 역할의 일부였다. 


이런 미팅들을 통해서 고객의 요구사항이 하나 둘씩 확실하게 드러나면서 프로젝트는 엄청난 난관에 맞딱뜨리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역량갭(Gap)이었다. 즉 이 프로젝트에서 해야할 일을 할 스킬/사람이 부족하다...! 프로젝트라면 목적과 명확한 시작과 끝이 있고, 산출물에 대한 정의가 존재하는데, 그렇게 바운더리가 명확한 일을 위해 팀을 꾸린 것이 프로젝트 팀인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나는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여간 난감한 것이 아니었다. 


상황을 찬찬히 따져보니 문제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었다. 


1. 실질적인 계산 미스 

제안 단계에서 프로젝트가 어떤 일을 하게 될지 고객사의 의뢰 내용이라던가 공식적인 입찰요청문서(RFP)를 분석하여 이를 기반으로 프로젝트 범위(Scope)를 정하게 되었는데, 이 때 고객사가 제공한 정보가 제한적이라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가정이 고객이 실제 기대한 바와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이것은 컨설팅 프로젝트이며 최종산출물은 전략서이다' 라는 가정 하에 팀을 꾸렸는데, 실질적으로 고객사는 컨설팅 외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한 준비 단계까지 기대하고 있는 경우여서 '시스템 설계 인력'이 필요한 것이었다. 이렇게까지 심각한 격차가 발생하게 된 이유는 이번 프로젝트가 RFP 기반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고, 따라서 고객사 내부적으로도 어떤 일을 요구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컨센서스가 부재했던 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러한 경우를 방지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RFP가 존재하는 사업에 입찰을 하는 것이겠지만,  

입찰 방식의 사업이 아닌 경우, 영업대표 주도 하에 고객의 기대치와 업체가 생각하는 프로젝트 범위에 대한 기대치를 맞추는 사전영업(pre-sales)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해야 할 것이다.  


*RFP: Request for Proposal


2. 요구사항의 확장    

또 하나의 원인은 프로젝트 킥오프 후  고객이 미리 정의한 프로젝트 범위 바깥의 내용들을 하나 둘 씩 요구해오는 경우이다. 이러한 경우는 매우 흔하게 발생하며, 사이트에 상주하는 컨설턴트 입장에서 무턱대고 거절하거나 협상하기가 어려워 왠만하면 어떻게든 대응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본래 프로젝트 범위와는 상관없는 업무에 많은 시간과 리소스를 쏟아붓게 되어 본질을 놓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PM/PMO에서는 새로운 고객 요청 건이 들어올 때마다 이 요청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이 얼마만큼인지 예상하고, 적정한 대응 수준을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역량갭이 발생한 원인을 요약해보면, 

(1) 애초에 프로젝트 범위에 대한 이해에 오류가 있어 인력선정에 실수가 발생한 경우와, 

(2) 고객의 추가적인 요구사항으로 인해 업무범위가 늘어나게 된 경우이다. 


원인이야 어찌됐건 간에 필요한 역량이 부재한 상황은 프로젝트 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였다. 

가벼운 요청사항등은 기존 인력들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방법을 찾아내서 큰 문제가 없었지만, 

(1)번에서 말했던 큰 역량 갭에 대해서는 프로젝트 담당 영업 (Account Manager)을 통해 프로젝트 기간 내내 추가 인력을 계속해서 수배해야 했으며, 그것조차 여의치 않은 경우에는 본사 유관부서에 back-office 지원을 요청하고 기다리는 일을 계속 해야했다. 이러한 활동들을 통해 유관 인력을 확보하여 어떤 문제들은 해소가 되기도 했지만, 어떤 문제들은 끝까지 미해결과제로 남아 PM/PMO를 강하게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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