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알 만한 진실이라도(박완서)
그때 만난 어떤 수녀님이 이상하다는 듯이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왜 당신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이었다. 그래, 내가 뭐 관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을 나에게만은 절대로 그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고 여긴 것일까. 그거야 말로 터무니없는 교만이 아니었을까. 그 수녀님은 아직 서원도 받기 전인 예비수녀님이었다. 그러나 학덕 높은 현자보다도, 깨달음의 경지에 다다랐다고 일컬어지는 성직자보다도 더 깊은 가르침을 나에게 주었다...(중략)... 사고의 전환도 그와 같은 것이 아닐까. 뒤집고 보면 이렇게 쉬운 걸 싶지만, 뒤집기 전엔 구하는 게 멀기만 하다.
원하는 걸 다 이룰 수도 없고, 다 이룬다고 좋은 것도 아니다.
명색(名色) - 어떤 물질에 우리가 의미(또는 이름)를 부여하면 그때부터 그것에 대한 '감정'이 생긴다는 것. 행복에 의미를 부여하면 행복해지고, 불행에 의미를 부여하면 불행해진다. 우리가 감정적으로 지나치게 괴로울 때, 스스로가 '불행'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유식(唯識) - 오직 생각의 문제라는 것.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일체유심조를 말한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우리가 정보를 받아들일 때 눈, 코, 귀, 입, 피부 등을 통해 시각, 촉각, 후각, 미각 등을 느끼고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정보들은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이 '유식'의 핵심이다.
불행보다 행복에 의미를 부여하는 지혜를 달라고.
부자가 되거나 권세를 잡거나 전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 개인의 특별한 능력이듯이 행복해지는 것도 일종의 능력이다. 그리고 그 능력은 성공한 소수의 천부적 재능과는 달리 우리 인간 모두의 보편적인 능력이다. 창조주는 우리가 행복하길 바라고 창조하셨고, 행복해할 수 있는 조건을 다 갖춰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