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우리는 서로를 모르고』

우리 모두는 타인이니까

by 못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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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라는 토양에서 제가 바라는 것들이 충족되어야만

비로소 그 위에 낭만의 씨앗을 심을 수 있는 부류입니다


p.19 <마음이 낡길 바라는 마음>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타인이니까







우리는 코로나와 현대문명의 발전을 거하게 겪어냈다. 서로에게 지나치게 가깝지 않은, 고독의 미를 강조하는 시대정신에 나 역시도 자연스레 홀로 사는 삶을 지향하게 되었다. 머리가 큰 뒤부터는 늘 자유로운 삶을 동경했으니 이는 자유를 쫓는 것에 가깝다고 보아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른 방면으로 접근하다보면 가까워진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이 두려운, 소심한 내가 숨어있다. 내 사람이 저 사람이 되고, 저 사람이 타인이 되는 순간들을 못 견뎌하는 마음이 들어차있다.


그런 생각을 가진 나기에, <환절기> 에서의 구절이 상당히 마음에 와닿았다. ‘우리의 시간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진걸까. 이별할 줄 알았더라면 사랑하지 않았을텐데.’ 오래 전 사이가 틀어진 인연들도 아직까지 가끔 꿈에서 마주하는 나로서는 작가가 바라보는 이별에 대한 시선에 전적으로 공감을 한다. 아주 아끼던 것을 잃어버리는 것, 사라지는 것. *인생은 언제나 끝없는 우회로의 연속이기에. [p.104 <흔들리는 자화상>]


오수영 작가는 계속해서 글 쓰는 것을 사랑해왔고, 생업과 글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외줄타기를 해왔다고 했다. 작가를 동경하던 나 역시도 아주 오랫동안 해왔던 생각을 활자로 마주하게 되니 스스로의 심연을 바라보는 듯한 기묘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p.19 <마음이 낡길 바라는 마음> 의 ‘현실이라는 토양에서 제가 바라는 것들이 충족되어야만 비로소 그 위에 낭만의 씨앗을 심을 수 있는 부류입니다.’ 라는 문장에서도 나의 내면을 마주할 수 있었다.


나는 지금까지 위에서 언급한 것 처럼, 스스로를 갉아먹는 생각을 계속해서 하면서도 그런 나를 못 견뎌했다. 자고로 세상이 바라보는 작가란 배고프고, 잠오고, 서늘한 골방에서 몰두하는 고난을 가져야 성공할 수 있는 것처럼 비춰지는 고고한 직업이 아닌가? 그러나 보통은 글이 밥을 잘 먹여줄 수는 없다. 가능은 할 지언정 아주 극소량의 확률이다. 작가가 직업으로 생각되지 못하는 것도 수익적으로는 참 처참하기 때문이다. 극한의 상황에서 간혹 아주 좋은 문장이 떨어질 때는 있다. 다만 요근래 들어서 나는 그게 과연 상황 때문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글을 표출의 용도로 많이 사용할 것이다. 우선 나는 그런 편이다. 괴로울 때도 끝내 생각나는 건 결국 펜과 종이다. 그러니 드물게 좋은 문장들이 떨어진다. 그게 단지 극한의 상황이라서는 아니지 않을까? 솔직히 말해서 나는 밥도 제대로 못 챙겨먹을 정도로 끼니가 고달파도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은 아니다. 낭만 하나만 두고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글 쓰는 것에 온 마음과 영혼을 바친 고전 작가들에게 존경심이 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 역시도 현실이라는 토양에 든든한 기반이 생겨 농사가 망하지 않아야 비로소 낭만이라는 씨앗을 뿌려볼 만한 사람이니까. 다만 나는 스스로 이 점을 너무나 미워했다. 나를 싫어했다. '진정한' 작가는 그러면 안된다고 생각해왔으니까. 책장을 넘기며 생각지도 못하게 나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느순간부터 나를 얽매이게 해오던 것들은 죄다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 아무래도 오수영 작가 역시 나와 같은 고민을 해왔을 것 같다. 결국 내가 빚어내는 모든 감정들도 결국 나이니 인정하고 아껴주는 것이 맞는데 나는 왜그리 타협점을, 나의 마음을 미워했을까.

어떤 것이 되었든, 내려놓는 법에 대해 배워야할 때인것 같다.


<우리는 서로를 모르고> 에는 제목처럼 서서히 서로에게서 멀어지고 있는 우리 세대에 대한 염려가 담겨있다. 우리 서로를 모르니 조금 더 알아보고, 알아내고, 챙기고, 그냥 바닥에 내버려두려 하지 말자고 한 마디를 건넨다. 그런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자신은 물론, 세상의 수많은 작가들, 쓰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쓸 수 있는 작은 용기를 동질감이라는 이름으로 열심히 불어넣어준다. 단순히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던 것 이상으로 쓰는 것에 대해서, 또 크게는 나의 자아에 대해서 세심한 위로를 받았다. 고민이 가끔 펜을 멈추게 만드는 날이라면..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펼쳐보면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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