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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지 Feb 21. 2021

오분 순삭도 아니고 주말과 휴일은 어디로..



버들강아지 _출처:네이버



수요일까지는 주말에 대한 기다림이 없다가 목요일 아침이면 몸이 찌뿌둥 해지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간절해지는 주말과 휴일의 기다림은 어린 시절 토요일 오후에 만화영화를 기다리던 때와 비슷하다.

목요일 저녁이면 주말과 휴일에 해야 할 목록도 대충 머릿속에 그려보게 된다.

읽기 시작한 대하소설 진도를 더 빼고 싶기도 하고, 한동안 글태기에 빠졌던 마음도 추스를 겸 동네 카페 방문 계획도 세운다. 주중에 운동이라곤 숨쉬기 운동뿐이니 주말 오전엔 평일과 똑같이 일어나 가벼운 산책이라도 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그래서인지 금요일 아침이면 괜히 기분이 들뜬다. 여유롭게 지낼 주말이 오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지어지고, 퇴근 후 가벼운 맥주 한잔 하면서 한 주에 쌓였던 피로도 풀어보려 생각해둔다.

자투리 시간을 쪼개 홀로 계신 어머니도 한 번씩 찾아봬야 마음도 놓이기에 주말마다는 못 가지만 한 달에 한두 번은 고향방문도 꼭 해야 할 일 중에 하나다.


하지만

막상 휴일이 되면 계획 많던 많은 일들은 제대로 못하고 급하게 연락 오는 일부터 처리하게 된다. 

시험이 있는 딸아이를 위해 고사장까지 데려다줘야 할 목록이 추가되고, 난데없이 조문 문자가 뜨는 날도 있다. 가끔은 동네 친한 동생이나 언니가 번개팅을 요청해오면 책은 그야말로 뒷전이 된다.

세탁기 앞 빨래는 구별해서 빨아야 할 세탁물로 넘쳐나고, 평일 동안 미뤄뒀던 걸레질도 휴일엔 무릎을 꿇어가며 문질러댄다. 

김장하고 남은 배추가 아직 신문지에 돌돌 쌓여 있는 것을 꺼낸다. 속이 노란 알배기 배추는 소금으로 살짝 절인다. 찹쌀풀을 쑤고 채소를 다듬어 갖은양념을 넣고 버무려 상큼한 겉절이를 만들어 본다.

늙으신 어머니는 이제 막 겨울을 뚫고 자라난 냉이를 캐서 올려 보내셨다. 며칠 지나면 마르고 썩히니 그것 또한 다듬어 냉잇국을 구수하게 끓여내 본다. 

냉장고가 정신없다. 차례를 지내고 남은 전과 생선, 갖가지 반찬들이 그야말로 냉'창고'에 쌓여간다. 

내친김에 냉장고 청소까지 한다. 발뒤꿈치가 아리기 시작할 때쯤 고개를 들면 휴일이 서서히 지나가고 있다.

어제오늘 날씨가 참 좋았다. 강원도 한탄강 옆에 버들강아지가 피었다고 지인이 보내준 사진을 보니 내 마음도 한껏 부풀어 오른다.

순식간에 휴일이 지났는데 어쩐 일인지 내 마음은 버들피리처럼 흥흥거리며 움찔움찔 해댄다.

봄이 오고 있다. 

계획만 무성하지 않게 오는 봄을 잘 즐겨보자. 

순식간에 사라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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