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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들이 모이면 위대해진다.

<엄마의유산>

by 랑지


일 년 동안 멈춰있던 글쓰기였지만 늘 브런치를 사모했다. 브런치의 글을 읽으면서 '그래 이거지', '맞아', '어쩜 이런 생각을 하고 이렇게 글을 썼을까',라는 감탄만 하면서. 한번 손을 놔버린 글쓰기는 다시 쓸 동력을 잃어갔다.



2018년 아주 오래 다니던 회사에서 사람에게 상처를 받으며 그 마음을 일기처럼 풀어놓고 끄적이다 보니 상처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라지고 치유가 되어가는 것을 느꼈다. 그 이후 기적처럼 브런치에 합격하고 글을 쓰며 늦은 꿈을 키워갔다. 마음의 상처는 보잘것없는 내 글에 위로가 되고 글벗들과 나누면서 조금씩 회복되어 갔다.

하지만 사람이란 간사해서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어 한다. 지구력이 없는 건지 실력이 없는 건지 그럴싸한 결과물을 내놓기도 전에 꾸준함은 사그라들었다. 퇴근하고 저녁식사를 끝낸 후 식탁에 앉아 책을 읽고 글을 쓰며 했던 시간이 내적 치유가 끝나자 나는 게을러지고 때마침 겹친 갱년기로 인해 무기력증까지 찾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브런치를 늘 켜놓고 글을 읽었다. 글쓰기를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기도 했지만 늘 마음뿐 행동을 옮기는 건 내 짧은 호흡에 가당치 않았다.


브런치만 들여다보던 내게 <엄마의 유산>이라는 브런치 지담작가님의 북토크가 올라왔다. 대나무 숲 바람에 홀리듯 신청을 하고 기다렸다. 뭔가 돌파구가 필요했던 내게 아주 좋은 신호탄이었다. 밑바닥으로 치닫고 있는 텐션을 이번 기회에 끌어올려야 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지담작가님의 영혼을 끌어모은 열정의 강의와 네 분 작가님의 시너지는 추운 주말 아침을 벌겋게 달아오르게 만들기 충분했다.



큰 딸이 중2 때 남들과 조금 다른 사춘기를 겪었다. 출석부로 머리를 내려치려는 선생님의 팔목을 잡은 잘못을 한 후 교권침해로 학생부에 회부가 되었다. 그 일로 아이는 점점 과격해지고 친구들을 선동하는 일들이 있었다. 그때의 나는 글쓰기도 책도 멀리하던 때였다. 오직 먹고살기 위해 돈을 벌러 다녔고, 자식들은 그냥 잘 커줄 줄로만 알았다. 어쭙잖은 군사부일체를 들먹이며 딸아이에게 선생님이 혼내면 혼낼만한 사정이 있는 거라고 몰아쳤으니.



지담 작가님은 말한다.

자녀를 믿으라고.

꿈이 있는 엄마에게서 꿈이 있는 자녀가 나온다고.

꿈이 있는 엄마가 아이의 꿈을 지지해 줄 수 있다고.

자식을 위해 희생하지 말고 엄마 본인의 인생을 쫀쫀하게 잘 살아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 시절 나는 내 딸을 믿지 못했다. 가장 큰 실수였고 후회되는 부분이다. 그리고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전무했다. 학교와 학원, 용돈으로 부모의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했으니. 엄마는 더 어려운 상황에도 불만 없이 학교도 다니고 부모님을 도우며 다녔다는 것을 훈장처럼 거들먹거리기까지. 더 무서운 사실은 내 미래를 위해 내 꿈을 위해 도전없이, 생각이 없이 살았다. 그런 엄마 곁에서 1년 정도 방황을 끝낸 딸에게 오히려 감사할 따름이다.



'엄마는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한 생명을 우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우주의 크기는 잴 수 없다. 아이의 질문을 대답해주지 않고 아이에게 문제의 핵심을 접근하는 대화를 이어가는 것. 이것도 내가 못한 것이다. 학교 갔다 온 아이에게 "오늘 뭐 했어?"가 아니라 "엄마는 오늘 어떤 걸 했냐면.." 아이는 눈을 반짝이며 들을 거고, 자기의 이야기를 한없이 풀어낼 것이다.

<엄마의 유산>이란 책을 그때 알았더라면 한번 하는 엄마의 역할을 좀 더 지혜롭게 이어가지 않았을까 싶다.


<엄마의 유산>이라는 책이 선한 영향력을 끼치길 바란다고 지담 작가님은 말씀하셨다. 스펙보다는 내가 겪은 경험과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 무게 중심을 두라고 하셨다. 능력을 믿지 말고 손아귀의 힘으로. 천부적인 능력이 없으니 정신으로 승리해 보라. 세상이 던진 패를 내가 얼마나 받느냐. 가보지 않는 길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그냥 가보자는 것이다. 자기 안에 서사가 없는 사람이 없으니 매일 뭔가를 하면 실력이 는다는 것. 결국 매일 하라는 것이다. 실력은 결국 반복하는 것.


36년간 S전자에서 근무하시고 글쓰기를 시작해 지금은 천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계신 제노아님은

내 주위에 친구 10명이 내 미래를 결정한다고 하셨다. 유유상종. 받을 수 있는 에너지에 따라 미래가 달라진다고 하셨다.


김천기대표님은 어렸을 때 어머니와 새벽기도를 다닌 기억이 있다고 했다. 그때 종이 울리면 하나님께서 종을 치는 줄 알았다고 한다.

"종이 울리면 세계가 시작된다."


이제 시작할 때이다. 다시




모처럼 시간이 나는 남편이 기꺼이 모임에 함께 참석해 주었다. 모든 만남이나 사회적인 관계를 생산성으로 연결하는 지독한 마케팅 사업마인드를 가진 남편이 의외였다. 이런 글쓰기 모임이나 독서모임을 적극찬성하지 않던 남편이 북토크 모임에 참석한다니 참 오래 살고 볼일이다. 4시간을 어떻게 있냐고 따로 있겠다고 했지만 그건 기우였다. 4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고, 보청기를 끼고도 잘 듣지 못하는 날 위해 10장이 넘는 내용을 보기 좋게 메모를 해주었다. 그걸 또다시 워드파일에 입력해 파일로 보내온 남편 고마워.



엄마의 유산 북토 크는 내게 또다시 글쓰기란 동력에 스파크를 일으켰다. 함께 모인 문우들과 브런치 구독을 하고 작가님들의 글을 읽으면서 말이다. 지담 작가님의 말씀처럼 0.5의 텐션과 10의 텐션이 뭉쳐서 거대한 토네이도의 바람을 일으켜보는 거다. 나도 그 회오리바람 속에 머리카락 한 올 넣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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