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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용주 Aug 17. 2019

고양이 반려문화, 동물권을 위협하다.

동물보호론자의 딜레마

부지불식간에 고양이가 우리의 삶 속으로 깊숙이 들어왔다. 불과 20여년 전까지도 고양이는 우리 사회에서 이방인이었다. 하지만 어느새 텔레비젼을 비롯한 각종 매체는 고양이를 개와 거의 동등한 위치의 반려동물로 다루고 있는 것 같다. 심지어 '#고양이나만빼고다있어' 라는 해쉬태그가 등장한지 오래다. 고양이는 가히 금세기 들어 가장 성공적으로 한국사회에 안착한 반려동물이라 할 것이다. 


길가의 쓰레기통을 뒤지던 불길한 동물에서 안방의 침대에 앉아 온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반려동물로 코페르니쿠스적 대전환을 경험한 고양이의 증가는 우리가 생각치 못한 아니,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 냈다. 바로 고양이 전성시대가 다른 동물의 목숨을 위협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반려고양이 숫자는 2018년 기준 200만 마리를 넘나들고 있다. 고양이 한 마리의 평균 체중은 5kg 내외다. 반려고양이의 평균수명은 15.1년에 달한다. 고양이는 육식을 기본으로 하는 동물이다. 평균체중의 고양이 한 마리는 하루에 약 190 g의 신선한 육류나 이에 상응하는 양의 조제사료를 먹는다. 자 이제 간단한 산수가 필요한 시간이다. 200만 마리의 고양이*190g*365일 즉, 우리나라의 반려고양이가 매년 먹어 치우는 육류의 양은 1억 3870kg에 달하는 것이다. 이를 닭으로 환산하자면(닭고기가 저렴하기에 사료용으로 즐겨 사용된다) 약 1억 1500만 마리에 달하게 된다(흔히 사용되는 1.2kg 짜리 12호 기준, 단 부산물은 불포함). 정리해서 말하자면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로 길러지는 고양이들이 1년에 먹어치우는 닭의 숫자가 무려 1억 마리에 달하는 것이다. 고양이 한 마리로 환산하자면 연간 57마리, 평생동안 855마리의 닭을 먹어 치우는 셈이다.  


이제부터 머리가 아파진다. 사랑하는 고양이를 위해 평생 855마리에 달하는 닭을 죽여야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혹자는 이렇게 강변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료는 사람이 먹지 않는 부산물로 만들어 진다', '일반적인 사료는 육류보다 대두나 마이스 같은 식물성 성분이 더 많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반려고양이의 숫자가 증가하면서 먹이로 가공되기 위해 공장식 축산시설에서 길러지고 결국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가축의 숫자도 증가한다는 사실이다.   


채식주의자가 증가하고 있다. 동물보호론자나 동물권론자도 증가하고 있다. 고양이 전성시대에 고양이의 사료로 가공하기 위해 가축의 사육두수가 증가한다. 복잡한 주제이다. 더 복잡한 것은 길고양이문제이다. 죽어가는 길고양이를 구조하여 다른 동물의 살로 만들어진 사료를 먹이는 현실. 동물보호론자에겐 넘기 힘든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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