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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용주 Aug 05. 2019

고양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유해동물과 반려동물 사이

최근 우리나라 고양이 애호가들에게 큰 분노를 불러 일으킨 뉴스가 있었다. 호주 정부에서 200만 마리에 달하는 야생고양이를 살처분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반발의 주된 요지는 '아니 어떻게 그처럼 귀여운 고양이를 죽일 수 있단 말인가?'이다. 호주 내에서도 수많은 고양이 애호가들이 이러한 자국 정부의 방침을 격렬히 비판했다. 심지어 우리와 여러가지로 악연이 깊은 프랑스 배우 브리짓 바르도가 호주정부에 편지를 보내 종편향적 학살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된 호주 정부의 속사정을 알고 나면 머리가 복잡해 지지 않을 수 없다. 


멸종위기종(CITES Appendice II)인 메이저 미쉘 코카투를 사냥한 야생 집고양이의 모습 (출전: LADbible)


원래 호주 대륙에는 고양이가 없었다. 호주 대륙은 다른 대륙과 달리 유대류라고 하는 독특한 해부학적 구조를 지닌 동물상이 포유류를 대표해 왔다. 일반적인 포유류 동물들이 태반이라는 기관을 통해 새끼를 어미의 뱃속에서 상당기간 양육하여 출산하는 것과 달리 호주 대륙의 포유류 동물은 스스로 거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발생 초기에 태어나 어미의 체외에 존재하는 육아낭 속에서 성장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진화한 것이다. 또한 주머니 늑대의 멸종 이후 호주에는 실질적으로 포식자라고 불릴 수 있는 대형 육상동물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번에 문제가 된 고양이는 이 틈을 노리고 수백년간 엄청난 속도로 개체수를 늘려  호주 생태계에서 최상위 포식육상동물로 군림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개체수가 불어난 고양이는 결국 인간이 살지 않는 산림과 반사막지대를 점령하며 그 지역에 서식하는 호주의 토착동물들에게 심대한 위협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야생고양이(feral cats)는 연간 3.7억 마리의 조류와 6.4억 마리의 파충류, 7.3억 마리의 설치류를 먹어치우고 있다. 언뜻 감이 잡히지 않을 정도로 큰 숫자이다. 이러한 야생고양이의 놀라운 먹성은 불운하기 그지 없는 28종의 호주토착종을 멸종의 심연으로 밀어 넣었다. 호주 정부의 입장에선 자국의 주요 토착종 상당수가 외래침입종인 고양이에 의해 절멸할 지 모른다는 절체절명의 두려움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한 쪽눈을 잃은 어미고양이, 연민과 구조의 대상일까? 아니면 대자연의 섭리일까?


사실 이러한 위기에 빠진 곳은 비단 호주만이 아니다. 유럽의 주요 국가를 비롯하여 적지 않은 도서국가들이 비슷한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다. 고양이는 매년 엄청난 수의 설치류와 조류를 먹어치우고 있다. 그중 적지 않은 수는 이른바 멸종위기종이다. 


고양이,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훔친 귀엽고 사랑스런 동물이다. 하지만 이런 고양이가 사람의 품을 벗어나면 생태계의 다른 존재들에겐 포악하기 그지 없는 포식자라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이른바 캣맘이라 불리는 이들이 먹이를 주고 관리하는 길고양이 들도 다르지 않다. 먹이의 상당부분을 사람에게 의지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상당한 수준의 사냥본능을 지니고 있고 먹이로 먹지 않더라도 장난 삼아 작은 새와 설치류를 사냥한다. 이런 현실에 대해 우리 동물보호단체는 별다른 언급이 없다. 적지 않은 동물보호단체가 유기견이나 고양이, 돌고래와 같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귀엽고 가여워 보이는 동물에만 집중한다. 이름모를 새나 징그러운 설치류는 주요한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학계는 침묵한다. 괜히 벌집을 건드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권 역시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싶어하지 않는다. 일반 대중들은 고양이의 깜직한 모습만을 소비한다. 얼마전 국내 최정상급의 생태전문가가 야생화된 고양이로 인한 멸종문제를 지적하였다가 고양이 애호가들로부터 그야말로 십자포화를 맞았다. 균형잡힌 시각과 과학적 근거로 앞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고양이로 인한 멸종 문제를 살펴야 한다. 아니 이미 우리에게 다가왔는데 우리가 눈을 감고 있는 문제이다.  고양이 애호가를 막론하고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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