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뒤에서...
아이의 중간고사 마지막 날이다. 나도 아이처럼 같이 시험을 친단 생각으로, 밥도 평상시보다 신경 쓰고, 영양제도 챙기고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
그게 누군가에겐 치맛바람이나, 헬리콥터 맘이라는 등 부정적인 말로 표현될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맹모삼천지교 같은 덕이라 칭찬할 수도 있겠다. 엄마라면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 하고 있는 일일 텐데. 시대에 따라서, 환경에 따라서 평가는 고무줄이다.
부정적인 시선 뒤에는 질투도, 진심 어린 우려도 있겠지. 하지만 설령 진심이라 해도, 다른 집 부모의 방식에 대해 ‘극성’이라 말하는 것이 꼭 앞에서든, 뒤에서든 해야 할 일일까?
아니. 신경 쓰지 마라. 남의 집 일이다.
아이가 고문을 당하는 학대의 수준이 아니라면, 그것은 그들의 삶이다.
삶의 의미와 목표는 모두가 다르고,
그들에게 주어진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결정하고,
겪어낼 기회는 그들만의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아이는 한 과목 시험을 보고 크게 낙담했다.
멘털이 흔들렸고,
내일 마지막 시험을 앞두고 -시험 치기 12시간 전이건만- 책을 펴지 못하고 있다.
"아이 좀 잘 안 되면 어때?"
"애가 어디 아픈 것도 아니니, 건강한 것에 감사하게 생각해"
"욕심이 너무 많다."
그래요. 저도 알아요. 겸손해야 하고, 감사해야 한다는 거.
머리로 빤하게 잘 이해합니다.
나도 남 말처럼 굴고 싶다.
아이의 학업성적에서 내 정신과 영혼이 자유로워서,
어떤 점수에도 하하 호호 격려해 주는 엄마가 되고 싶단 말이다.
아이의 실수에 세상의 가혹한 벌을 선고받은 양,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
아이의 실수를 만회하게 도와줄 학원, 과외, 공부방 모든 주변 인프라를 머릿속에서 헤집어 찾는다.
심지어 아이에겐 '안정액'이라도 먹여야 하나 고민 된다.
우리 아이가 학습적 역량이 안된다는 말은 듣기 싫다.
왜냐면, 내 아이는 정말 노력했단 말이다.
적어도 나보다는 더 많이 했다.
공부를 전혀 안했거나, 점수가 바닥이면, 공부 그만하자고 설득이라도 해볼 텐데.
과정과 성과는 늘 아슬아슬한 경계에 있다.
아이도 안다.
자기보다 앞서 잘하는 아이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쫓아가려고 애쓴다.
그러다 스스로를 혼내고 미워하고, 다시 일어나려고 한다.
그 모습이 짠하다.
그게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아이의 짐을 대신 져 주고 싶은데,
아이 뒤에서 잡지 책을 뒤적거리며 밤잠을 함께 이기며 고통을 공감하는 것,
그 이외에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MBTI조차도 '세상의 소금 형'인 아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렇게 힘든 공부를 해야 하나 싶다.
이 세상이 나쁘다.
"나는 어떤 것에도 재능이 없어" 하며 아이가 운다.
토닥토닥.
"아니야. 네가 있는 곳에 사랑과 평화가 생겨. 그게 네 재능이야."
엄마의 뜬구름 같은 소리에 아이는 마음을 조금 내려 놓는다.
“너는 그냥 숨만 쉬어도 돼.
엄마 아빠는 네가 우리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 이미 충분해. 그 외엔 다 보너스야.”
그 말을 들은 아이가 일어났다.
기어이 책상에 앉아, 내일 시험 칠 과목을 모두 정리한단다.
새벽 3시. 시험 치기 6시간 전.
책상의 불이 꺼진다.
나도 이제 잠자리에 든다.
앞으로 몇 년은 이런 날들이 반복되겠지.
그러니 우리 서로 기억하자.
너의 길이 힘들고 지칠 때,
너의 뒤에 엄마가 잡지책을 읽고 있어.
그건 엄마가 좋아서 하는 거야.
그러니까, 한 번쯤 돌아봐 주면, 엄마가 웃을게.
그리고, 네가 진짜 하고 싶은 너의 길을 가렴.